11승한 2선발 KS 포기. '플럿코 리스크' 현실로... 2013 삼성 외인투수 1명으로 1승3패→4승3패 역전 우승[SC초점]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가 결국 아담 플럿코를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플럿코 리스크'가 현실이 됐다.
LG는 최근 한국시리즈 등판이 어려워진 플럿코를 귀국시키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플럿코와 면담을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캐치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플럿코는 지금부터라도 공을 던진다고 해도 한국시리즈 등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왼쪽 골반뼈 타박으로 공 던지기를 주저하고 있는 플럿코 없이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고 있지만 플럿코와 확실하게 이별하는 것이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미련 없이 준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플럿코는 전반기의 에이스였다. 전반기에만 11승1패 평균자책점 2.21의 훌륭한 피칭으로 LG의 1위를 이끌었다. 케이시 켈리가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였고, 국내 투수들도 임찬규 외엔 안정적인 투수가 없었기에 플럿코의 꾸준한 피칭이 없었다면 LG 선발진은 물론 불펜진도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탈이 났다.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빠졌고, 이후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4차례 등판에서 2패에 평균자책점도 3.38. 골반 타박상으로 8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시즌 아웃됐다. 21경기 11승3패 평균자책점 2.41로 마무리 했다.
플럿코가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국내 의료진의 검진에서는 피칭을 해도 괜찮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플럿코는 미국 병원의 소견을 따라 피칭을 거부했다. 결국 LG 염경엽 감독은 "선수가 아프다는데 어쩌겠냐"면서 플럿코에 대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골반뼈 타박이 호전된 상황에서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구단측과, 그것도 안된다는 선수의 시각차가 컸다. 구단에선 플럿코의 팀을 위한 마음에 아쉬움이 컸다.
후반기에 사실상 플럿코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LG이기에 한국시리즈도 플럿코 없이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1선발로 후반기에 확실히 좋아진 켈리가 나서고 2선발로 키움에 데려온 '우승 청부사' 최원태가 나간다. 3선발로 국내 투수 최다승인 14승을 거둔 임찬규가 준비하고, 4선발로는 김윤식과 이정용이 대기한다. 국내 투수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단일리그로 치러진 KBO리그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경우는 32번중 27번으로 우승 확률은 84.4%나 된다. 이렇게 높은 우승 확률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1위를 한 좋은 전력에 3주 가까운 충분한 휴식 기간 덕분이다.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세워 빠르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간 팀들이 많았다.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LG는 중요한 2선발이 빠지게 됐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는 에이스의 부재는 큰 마이너스 요소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외국인 투수 1명 빠진 채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경우는 2013년 삼성 라이온즈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삼성은 외국인 투수들이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다.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부진을 보이다 부상으로 전반기에 퇴출됐고, 대체 선수로 온 카리대도 3경기 만에 부상으로 빠졌다. 릭 밴덴헐크는 전반기 부진했으나 2군에서 조정을 한 뒤 후반기에 좋아져 7승을 거뒀다.
당시 삼성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것은 토종 선발들이었다. 배영수(14승) 윤성환(13승) 장원삼(13승) 차우찬(10승) 등 4명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외국인 에이스가 없이 치른 한국시리즈는 쉽지 않았다. 당시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윤성환을 냈지만 타격감이 좋았던 두산 타자들에게 얻어맞고 패했다. 2차전에선 밴덴헐크가 좋은 피칭을 하며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와 무실점 맞대결을 펼쳤으나 결국 연장 13회에 마무리 오승환이 오재일에게 홈런을 맞아 2차전까지 내줬다. 3차전서 장원삼의 호투로 3대2, 1점차 승리를 거뒀지만 4차전에서 배영수가 조기 강판되며 1대2로 패해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삼성은 5차전서 6차전 선발로 예정된 밴덴헐크까지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7대5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체력이 바닥난 두산을 상대로 6,7차전까지 승리해 4승3패로 우승을 차지했었다.
LG는 유영찬 박명근 백승현 함덕주 김진성 정우영 고우석 등 불펜 투수들이 풍부해 국내 선발이 부진하더라도 바로 교체를 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팀타율 1위(0.279)의 타선도 있어 국내 투수들을 받쳐줄 수 있다.
정규리그 내내 숱한 위기를 돌파해왔던 염경엽 감독. '고민의 싹'을 잘라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플럿코의 활약으로 LG가 전반기 1위였을 때 2위 SSG 랜더스와의 차이는 겨우 2.5게임이었다. 하지만 플럿코 없이 치른 후반기에 LG는 2위 KT 위즈와 6.5게임 차의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플럿코에게 굳이 목을 매지 않는 이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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