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랑 짚풀공예 전수자 “젊은 세대에 짚풀공예 매력과 호조벌 가치 알리고파”
“근면, 성실, 끈기가 집약된 짚풀공예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고행이라기보다 나를 인격적으로 성장시키고 자아를 실현하게 해주는 축복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23년간 ‘짚풀공예’라는 한 우물만 팠던 김이랑 선생(63). 그는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소명으로 오늘도 시흥시 물왕동의 작업실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막 불혹에 접어든 2001년, 두 아이의 엄마였던 김 선생은 생활고를 겪던 중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짚풀공예 자활근로에 합류했다. 짚풀공예는 곡식의 이삭을 털어낸 줄기로 만든 전통공예 기술이다. 그의 첫 임무는 짚풀로 둥그런 바구니(둥구미)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김 선생은 “처음엔 짚풀공예가 생소했는데 하면 할수록 작업이 재미있었고 바구니 하나를 완성할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루를 꼬박 짚풀을 만지며 보내는 시간이 소중했고 덩달아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렇게 시작된 짚풀공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짚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난날을 살아왔다.
공예에 사용할 짚풀 재료를 직접 채취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다. 가을에 추수한 짚을 말려 다듬고 보존하는 작업부터 새끼꼬기, 작품 구성까지 모든 과정에 수많은 시간과 정성, 열정을 쏟아낸다. 그는 “몸은 고될지라도 짚풀을 한 올 한 올 엮다 보면 근심은 사라지고 마음이 행복으로 채워진다”고 강조했다.
김 선생은 짚풀공예 관련 도서를 찾아 독학으로 실력을 키워나갔고 짚풀공예 장인이었던 전남무형문화재(제55호) 임채지 선생으로부터 배움을 이어 나갔다. 무엇보다 짚풀공예의 맥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2014년부터 매년 시흥시 짚풀공예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호조벌과 연계해 ‘전국 짚풀공예대전’도 열었다.
짚풀공예와 함께 도전과 열정의 나날을 보내온 그는 2018년 대한민국 숙련기술 전수자로 선정되며 짚풀공예 장인의 반열에 한 걸음 다가갔다. 향토민속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바탕으로 시흥시 향토민속보존회장, 시흥문화원 부원장을 맡으며 사라져가는 짚풀문화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후손에게 기술을 전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전시 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는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장인혼이 깃든 그의 짚풀공예는 고유한 한국의 미를 발하며 외국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아울러 환경 문제와 관련해 ‘예술과 환경의 공존과 발전’이라는 가치에 걸맞은 친환경 예술로서 짚풀공예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짚풀공예를 통한 ‘전통문화 맥 잇기’다. 더 활발한 교육과 체험으로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시흥시 관내 초등학교를 찾아 짚풀공예 체험학습 강의를 선보였고 현재는 서울과 지방의 중학교를 넘나들며 진로직업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등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아울러 시간을 쪼개 사회복지관, 경로당, 어린이집을 찾아 짚풀공예 체험을 맛볼 수 있는 봉사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아마 짚풀공예가 정형화되지 않은 체험이라 학생들의 호기심을 높인 듯하다.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친환경 재료인 짚풀을 만져보며 짚과 풀이 조형예술의 훌륭한 재료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또 짚풀은 호조벌의 역사성을 대변하고 있어 자연스레 호조벌을 배경으로 한 농경문화에 관한 관심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흥에서 ‘전국 짚풀공예공모전’을 진행 중인 그는 짚풀문화를 엿볼 수 있는 호조벌이 자리한 시흥시 매화동을 거점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짚풀공예의 가능성을 통해 짚풀공예를 대중화하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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