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살려면 직접 사과 메시지 내라"는 이준석, "메시지 약했던 박근혜 탄핵돼"

한기호 2023. 10. 1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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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朴 최순실 사건 탄핵사안이었나 감정 가라앉히면 다르게 볼 수도 있지만"
"朴 직접메시지 솔직하지 못해 쭉 탄핵"…尹에 "여당 때려잡기 시인하라" 거듭
'탈당 밑작업' 지적 네티즌엔 "댓글 신중히 달라" 맞받아…안철수엔 "아픈 사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0월16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 직접 사과를 요구한 기자회견 도중 해병대 채모 상병, 서이초 사건 등을 이야기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당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17개월간의 오류를 직접 인정하라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자신이 탄핵 찬성 대오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대응에 빗댔다. "지금은 이준석 미워서 이준석이 하는 말 안 듣는 청개구리식 정치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할 때"라고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석열·문재인·박근혜 어느 정부든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게 본인이 스스로 잘못한 걸 인정하라고 얘기하면 받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은 대통령과 당을 '저주'하는 게 아니라 '일기예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당정을 향한 민심을 '핵폭탄 폭발 과정'에 비유하면서 "제가 계속 강서구 보선 이후 이야기한 건 지금 '꽝' 하고 한번 선거 결과가 터진 거고, (후폭풍을 일으키기 전) 지금 국민들은 '하나 둘 셋' 기다리며 보고 있는데 당장 여당의 쇄신안이라고 나온 것이 어느 누구의 눈높이에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면 후폭풍이 번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걸 어느 선에서 막아낼 건가 결단해야 된다. 예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사건을 지금 복기하면 그땐 국민적 분노가 높았으니 그랬지만 예전에 김대중·김영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부패에 비하면 그게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를 사안이었는지 또 감정을 가라앉히면 다른 문제로 볼 수도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때 초기 대응이 뭐였나. 박 대통령이 밝힌 직접 메시지가 그다지 솔직하지도 못했고 그 강도가 국민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탄핵까지 쭉 갔다"며 "(윤) 대통령께서 심기일전하겠다면 저 포함 많은 국민들이 당연히 '3년 반을 기대하며 지켜보겠다' 하지 '아무리 그래도 3년 반 동안 당신을 미워할 거야' 할 국민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입장 표명으로 "어떤 형식이든 좋은데 직접 하시고 뭐든 솔직하게 하시라"라며 "지금까지 국정운영 지향점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맨날 하는 건 여당 때려잡는 것밖에 없었다고 시인한다면, 앞으론 민생의 이런 지점을 살피겠다는 걸 해야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의 당내 개입 사례도 열거했다.

그는 "당대표에게 '내부총질한다'고 당 장악을 시작해서"라고 자신의 징계 건부터 시작해 "계속 당 대표 출마하는 것도 사람들 막아 세우고 징계 여기저기 때린 다음에, 당대표 나온 사람(안철수 의원)한테도 대통령 최측근 참모 정무수석이 '아무 말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랬다"면서 보선 결과가 그 총체적 평가라고 했다.

방송 도중 청취자들에게 즉흥 문자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여당의 침묵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1번, 아니면 2번", '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후임 사무총장으로 이만희 의원이 기용된 것에 대한 평가 질문엔 "이만희 의원이 누구인지 아시는 분은 1번, 모르시는 분은 2번 보내주시라"고 조롱조로 답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프로그램을 중계하는 유튜브 댓글에서 '이준석 눈물 기자회견은 용산이나 지도부가 받기 어려운 요구를 해서 판을 깨고, 탈당 후 신당 창당하려는 준비작업'이란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선 "해석은 자유"라면서도 "여당 지지자라면 강서구 보선 맛 한번 보니까 어떤가", "앞으론 댓글 하나도 신중하게 다시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밑작업할 게 뭐가 있나. 이미 제가 1년 반 동안 당했는데 부족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의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 2기 임명직 인선에 관해선 "대표직만 놔두면 사무총장도 당신들(대통령실)이 불쾌하지 않을 사람으로 뽑겠다는 것으로 완전 예측 적중"이라며 "김기현 지도체제를 국민이 평가하는 건 어느 정도 끝났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과 김 대표를 아울러 "둘 다 정치 DNA가 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어떻게 타협을 보는지 지금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기현 체제는 시한부일 것'이란 다른 정치평론가 의견에 대해선 "아주 합리적인 분석이다. 어차피 지금 보수성향 언론사들이 대동단결해 사설로 때리고 있다"며 "길어야 2주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는 "2주 동안 이 평지풍파를 막아낼 수 있는 충격 완화용 아이템이 없다면 아까 말했던 후폭풍이 너무 셀 거다"며 "이번 주부터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는 여론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자꾸 어르신들은 '이준석이 저주하지 마라' 얘기하는데 이런 건 저주가 아니라 일기예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기자회견 직전 안철수 의원이 사흘간 서명운동으로 1만6000여명이 동참한 '당 윤리위 제명 징계 청구' 예고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아픈 분이니까 건드리지 않겠다"고 장애인에 빗대는 듯한 대응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그거야 한 사흘 전부터 예고했던 건데 별로 이벤트로서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안철수 의원은 회견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 강서구청장 보선 기간 언행 등을 비판했다.

특히 안 의원은 당시 "(이 전 대표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대고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은덕을 입고 어린 나이에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해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줬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며 "언제까지 이 응석받이가 당에 분탕질 하는 것을 내버려두시겠냐"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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