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40만원? 용팔이” 썼다가 대법까지…“모욕 맞지만 죄 아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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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판매업자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등록했다고 의심하면서 ‘용팔이’(전자기기 판매업자들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라고 글을 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모욕적인 표현은 맞지만 사회상규상 정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ㄱ씨는 2021년 2월15일 온라인 쇼핑몰의 컴퓨터 부품(메인보드) 판매글에 달린 ‘묻고 답하기’란에 “40만원? 그냥 품절을 해 놓으시지”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라는 글을 등록해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해당 게시글은 모욕적 표현이 아니고, 설령 모욕적이라고 하더라도 경우에 비춰볼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용팔이’라는 표현은 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라며 “피해자를 비판하기 위한 정상적인 표현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오로지 경멸적 용어만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모욕적 표현이 맞는다고 판단하면서도 “모욕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사정에 기초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그 글을 작성한 행위는 죄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해당 상품은 품절 상태였으나 피해자는 이 상품을 즉시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글을 올리면서 판매가를 통상적인 가격의 2배 이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ㄱ씨가 글을 쓴 행위는 판매가 불가능한 상품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피해자의 의도를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