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 운명 가를 1일차 한중전...관전 포인트는?

허탁 2023. 10. 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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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스테이지 첫 날 가장 큰 빅매치는 역시 유일한 한중전인 kt 롤스터와 빌리빌리 게이밍(BLG)의 대결이다.

kt는 19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펼쳐질 스위스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빌리빌리 게이밍을 상대로 롤드컵 첫 일정을 시작한다. 스위스 스테이지로 바뀌면서 첫 경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첫 승을 따내지 못하는 팀은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한 순간에 커지는 중요한 매치다.

◆국가대표 탑솔러 매치...'기인' vs '빈'

양 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라인은 역시 두 국가대표가 맞붙는 탑 라인이다. '기인' 김기인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이던 LOL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빈' 천쩌빈은 최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로 나설 만큼 기량이 좋은 두 선수다보니, 탑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하지만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은 약간은 다르다. 김기인은 조금 더 육각형에 가까운 선수라면, '빈'은 날카로운 창을 연상하게 한다. 김기인이 서머 시즌 가장 많이 보여준 모습은 먼저 레넥톤을 픽한 뒤 초중반 강력함을 바탕으로 상대 턴을 빼주는 모습이다. 반면 '빈'은 정글러를 본인 쪽으로 부르면서 공격적으로 라인전을 수행하는 것을 더 즐겨하는 선수다. 물론 '빈' 역시 메타에 따라 플레이하기 때문에 서머 시즌은 스프링 시즌에 비해 레넥톤이나 크산테 같은 탱커의 플레이 비중이 크게 늘긴 했지만, 그럼에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김기인 역시 공격적인 플레이를 못 하는 선수는 아니다. 탑솔러 중 후픽을 줬을 때 가장 맛있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실제로 김기인이 플레이오프 단계에서 보여준 탑 라이즈는 그야말로 대장군의 포스를 내뿜었고, 퀸이나 피오라로도 2승 씩을 챙기면서 강한 임팩트를 보였다. 캐리 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요구에 맞춰서 플레이하는 영리한 탑솔러가 김기인이다.

플레이-인 단계에서 보여진 경기들에서 탑의 중요성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에 두 탑솔러의 대결에 더욱 주목도가 올라간다. 각지의 정규시즌에서 탑이 거의 '자동사냥' 모드에 놓여지면서 1대1 라인전에 치중한 반면, 플레이-인 단계에서는 탑에도 활발한 갱킹이 이뤄지고 라인전 균형이 무너지면서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 자주 드러났다. 등장한 챔피언 역시 오른이나 사이온 같은 퓨어 탱커들은 사라지고 잭스, 크산테, 럼블, 아트록스 등 후반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들이 많이 등장했다. 또 밴픽 상으로도 기존 블루 진영 선호도가 몹시 높았던 상황에서, 레드 진영과의 밸런스가 맞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레드 진영에서 탑 5픽을 준비하기 좋은 상황이 조성됐다.

결국 두 정상급 탑솔러 간의 매치에서 우위에 서는 팀이 팀적으로도 크게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BLG의 경우 메인 승리 플랜 중 하나가 '빈'의 성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밴픽 진영 선택권이 상위 시드인 BLG에게 있는 상황에서, 어떤 구도로 밴픽이 진행될지 또 그 구도에서 김기인이 '빈'을 봉쇄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가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 kt 총사령관 '리헨즈', 승리 진두지휘 할 수 있을까

2023년 서머 정규 시즌 MVP는 '리헨즈' 손시우다. 손시우는 정규 시즌 내내 kt의 승리 1옵션을 수행했다. 당시 손시우는 노틸러스나 라칸 등 소규모 교전이 능한 챔피언을 활용해 '커즈' 문우찬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교전을 만들고 게임을 굴려냈다. 아무도 손시우의 정규시즌을 보고 MVP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선 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손시우가 노출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탱커형 챔피언이 사라진 상황에서 팀의 승리 플랜 자체가 함께 봉쇄되는 것이다. 실제로 T1은 kt를 상대하면서 손시우가 선호하는 서포터 챔피언을 집중 견제했고, 이후 룰루 등을 활용하면서 라인전부터 강하게 손시우를 압박했다. 손시우 역시 플레이오프 단계에서 본인의 시그니처 픽 중 하나인 신지드 서포터 등을 활용하면서 이를 돌파하고자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또 챔피언을 넘어서 본인의 폼 역시 정규시즌보다는 떨어진 모습이었다. 의아한 스킬 활용이나 다소 안일한 위치에서 시야장악을 하다가 잘리는 모습 등 경기 흐름을 바꾸는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팀의 승리 플랜에서 큰 부분을 도맡는 손시우가 봉쇄되자 kt 역시 정규시즌의 파워를 그대로 내지 못했다.

따라서 13.19 패치로 처음 진행되는 월즈에서도 손시우가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특히 서머 시즌에 비해 월즈에서 지금까지 보여진 메타는 바텀 라인전보다 상체 싸움이 중요한 메타다. 등장하는 챔피언 역시 라칸이나 노틸러스, 알리스타나 블리츠크랭크 등 등장하는 챔피언 역시 손시우가 선호하는 챔피언 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손시우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메타에 가까운 것이 플레이-인에서 지금까지 보여진 메타라는 뜻이다. 과연 손시우가 물 만난 고기처럼 월즈 첫 경기에서 기량을 만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현지 적응, 메타 적응...BLG의 폼 의문부호 붙는다?

kt의 맞상대인 BLG는 강력한 상대이긴 하지만 100% 경기력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

BLG의 강력함은 국내 팬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LPL 대표로 MSI에 나와 한국 대표 두 팀을 모두 잡아냈으며, 그 다음에 펼쳐진 서머 정규시즌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우승은 징동 게이밍에게 내줬지만, 전력 상으로 봤을 때 이번 월즈의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힐 만한 팀이다.

그러나 BLG의 경기력이 정규시즌 때 같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시안게임이다. 항저우에서 열린 이번 아시안게임에 중국은 사활을 걸었다. 약 한 달 전부터 합숙 훈련을 진행했으며, 롤드컵 패치가 아닌 13.12 패치로 훈련을 진행했다. BLG에는 '빈'과 '쉰' 펑리쉰, '엘크' 자오자하오 등 3명의 국가대표가 포함되어있다. 한 달 전부터 롤드컵을 준비해온 kt에 비해 롤드컵 버전에 적응이 덜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멘탈적으로도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쳤기 때문에 한국 국가대표보다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BLG는 다른 팀들과 다르게 한국에서 부트캠프를 진행하지 않은 채 메타 적응에 몰두하는 선택을 보여줬다. 당시 BLG 매니저의 입장에 따르면, 아시안 게임과 월즈 공식 촬영을 모두 마치자 의무 출국일인 10월 15일까지 단 9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여러 버전을 넘나든데다가 5인이 합을 맞춘 지도 오래 된 상황이라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익숙한 환경인 중국에서 빠르게 연습에 몰두했다는 것이 BLG 측의 입장이다. 다만 국내에서 부트캠프를 진행한 타 팀에 비해 한국 현지 적응 이슈나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 역시 확실해 보인다. 또 관계자들의 스크림 평가를 종합해보면 현재 BLG의 경기력 자체가 높은 상태는 아닌 상황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kt는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선수도 없고, 자연스럽게 선발전이 종료된 지난 8월 말 이후로 팀 합을 맞추며 월즈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또 국내에서 펼쳐질 롤드컵인 만큼 현지 적응에 대한 이슈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외부적인 조건은 kt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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