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부터 징계까지”…안철수와 이준석의 ‘악연’ 잔혹사

변문우 기자 2023. 10. 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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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매치→공천갈등→욕설파문→단일화 신경전→가짜뉴스 설전
개인적 악연이 당 위기에 ‘기름 부을까’ 우려도…“둘 다 체통 지켜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에 분주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때 아닌 '가짜뉴스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이 다시금 조명되는 분위기다. '서울 노원병 매치'부터 '공천 갈등'과 '욕설 파문'에 '단일화 국면'까지, 때로는 경쟁자면서도 한 식구였던 두 사람은 어떤 이유로 지금까지 악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을 선언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틀 안철수'부터 잘못 꼬인 단추…한 지붕서 'XX' 욕설까지

두 사람의 첫 악연은 이 전 대표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으로서 정치에 처음 발을 디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리틀 안철수'로 불릴 만큼 안 의원과 비교 선상에 자주 올랐다. 이과 출신에 교육봉사단체(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를 운영하는 이 전 대표의 경력이 안 의원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안 의원과의 비교에 대해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억지 프레임"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내왔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두고 한 판 붙으며 악연이 점입가경으로 깊어졌다. 당시 대선주자로 거론된 안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표)과 '0선'의 이 전 대표의 대결을 두고 정치권에선 체급이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불곰(안 의원)과 싸워 이기겠다"고 야심차게 포부를 드러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안 의원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득표율은 안 의원 52.3%, 이 전 대표 31.3%로 2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7년 터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잠시 소강상태가 됐다. 이 전 대표가 머무른 바른정당과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합당하면서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두고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맞붙으며 '공천 갈등'이 발발한 것이다. 당시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가 최종 공천됐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서로 갈라선 결정적 계기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두 사람은 공천을 두고 독대 중 신경전을 벌인 사실도 여러 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공개했다.

갈등의 절정은 이 전 대표의 '욕설 파문'이었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사석에서 안 의원에게 'XX'라고 욕설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이 전 대표는 당 최고위원과 당협위원장직에서 박탈당하는 중징계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안철수 저격수'로 돌변해 "이 사람이 당을 생각하지 않는다.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등 안 의원을 향해 각종 질타를 쏟아냈다. 이어 바른미래당의 분열로 두 사람은 갈라섰다.

이후 두 사람은 주요 선거 국면에서도 '단일화'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국면에서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은 물론,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게까지 '여자 상황제'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또 2022년 대선의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여론조사 등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선 직후 '합당' 국면에서도 두 사람은 단일화 조건이었던 최고위원 몫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앞 욕설發 설전…"아픈 사람과 상대 안 해"

두 사람의 악연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안 의원의 'XX하고 자빠졌네' 욕설 논란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언론에서 자신의 '욕설 논란'이 사실인 것처럼 전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당 윤리위원회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아픈 사람과 상대 안 한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는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응수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두 사람의 계속되는 악연이 당내 위기 수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이 지금 자빠졌네 논쟁에 끌려 들어가야 되냐"며 "한 분(이 전 대표)은 전 대표까지 했고 또 한 분(안 의원)은 우리 당의 어른이다.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고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6일 같은 방송에서 "요즘 이 전 대표와 안 의원의 싸움을 보면, (안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응석받이로 보던데, 그렇게 보면 안 되고 그분은 정치에 아주 특화된 정치 기계 인간인데 그렇게 봐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좀 더 제대로 보고 좀 봤으면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에게 신중한 태도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두 사람이 공과 사를 구별하면서 자제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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