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실패' 고투몰 온라인쇼핑몰의 맞지 않는 옷 [분석+]
2020년 새 전략으로 도입한
고투몰 온라인 쇼핑몰 현주소
상인 저조한 참여와 무관심 속
실적 부진, 무너진 3년의 기록
"오는 사람만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 2020년 5월, 고투몰(강남터미널지하상가)이 온라인쇼핑몰을 열었다. 모바일쇼핑으로 발길을 돌린 젊은 세대, 대내외 변수로 뚝 끊긴 외국인 관광객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고투몰의 온라인 사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했을까.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에는 총 길이 880m, 총면적 3만1566㎡(약 9565평)의 지하상가가 펼쳐져 있다.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이른바 '고터'로 불리는 이곳 '고투몰(GOTO MALL)'은 부담 없는 가격에 패션의류와 잡화, 홈데코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어 알뜰쇼핑객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교복 입은 학생부터 은발의 노년 쇼핑객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곳에 들러 양손 무겁게 쇼핑을 하곤 했다.
적어도 2010년대 중반까진 그랬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이들의 관심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코로나19 등 각종 이슈로 점점 줄었다.
고투몰이 위기를 넘기 위해 꺼낸 카드는 '온라인쇼핑몰'이었다. 고투몰은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생력을 키우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면서 2020년 5월 15일 동명의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상인들의 낮은 참여도였다. "굳이 온라인쇼핑몰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오픈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한 후에도 상인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투몰 관계자는 "열심히 상인들을 설득 중이고, 많은 상인들이 뜻을 모은다면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고투몰의 온라인쇼핑몰 사업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보단 실패 쪽에 가깝다.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자.
■ 실패 이유➊ 익숙하지 않은 옷 = 언급했듯 고투몰 온라인쇼핑몰은 오픈 당시에도 상인들의 참여도가 저조했다. 620명의 상인집합체가 만든 온라인쇼핑몰이었지만 오픈 당시 등록된 상품은 패션의류 106점, 패션잡화 46점 등으로 극히 적었다. 당시 고투몰 관계자는 "시작 단계라 등록상품이 많지 않다"면서 "안정궤도에 오르면 하루에 500점을 등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인들은 시스템과 배송비 문제를 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투몰 온라인쇼핑몰은 '상품의 다양성'과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상품을 업로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상인들에겐 성가신 일이었다. 일부 상인은 "장사할 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그걸 배워서 올리고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상인들이 다수 존재했던 고투몰의 태생적 한계였다.
고투몰 운영위원회 측은 고육지책으로 "물건만 갖다 주면 우리가 촬영해서 온라인쇼핑몰에 올려주겠다"며 상인들을 설득했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변화' 대신 '현재의 방식'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도 고투몰 오프라인 620개의 매장 중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곳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고투몰의 온라인쇼핑몰이 익숙하지 않은 건 쇼핑객도 마찬가지였다. 고투몰에서 만난 노형우(가명)씨는 "어머니께서 가을옷을 장만하신다고 해 모시고 나왔다"면서 "저와는 세대가 다르다 보니 눈으로 직접 보고 쇼핑하는 걸 선호하신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투몰 온라인쇼핑몰의 존재를 아느냐고 묻자 "몰랐지만 알았다고 해도 이용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그가 어머니를 모시고 나온 것과 같았다. "가족여행을 가기로 해서 모처럼 아들과 함께 옷을 사러 왔다. 매장에서 직접 몸에 대보고 사는 게 익숙하다."
또 하나의 걸림돌이었던 배송료 문제는 어떨까. 온라인쇼핑몰 오픈 당시 고투몰 배송료는 3000원으로 온라인쇼핑몰 평균 배송료(당시 2500원)보다 비쌌다.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한 상인은 "배송료도 경쟁력 중 하나"라며 "조정이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위원회가 배송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꿔 '무료배송'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저조한 이용률 탓에 결과적으론 빛을 보지 못했다.
고투몰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로 쿠팡·위메프 등 오픈마켓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일부 점포만 관심을 보였다"면서 "그런 상황이다 보니 온라인쇼핑몰이 활성화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 실패 이유➋ 맞지 않는 옷 = 고투몰의 온라인쇼핑몰 사업이 불붙지 못한 건 '지하상가' 라는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나정용 고투몰 관리운영이사는 "이곳은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뀐다"면서 "유행하는 상품을 저가에 빠르게 팔아 소진하고, 신속하게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하는 구조라서 온라인과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명력이 짧은 상품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오히려 소모적이라는 거다. 이런 이유로 상인들이 온라인사업보다는 기존의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걸 택하고 있다고 나 이사는 설명했다.
이처럼 고투몰의 온라인쇼핑몰이 안착하지 못하는 사이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담당하던 직원 자리도 공석으로 남았다. 나 이사는 "온라인쇼핑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고투몰의 강점인 오프라인과 병행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이런저런 시도는 먹혀들지 않았고, 앞으로 잘될 거라는 희망마저 품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놓았다. 사실상 실패한 온라인 고투몰. 전략의 실패일까 시대를 거부한 상인들의 잘못일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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