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죄가 없다” 손자 잃은 강릉 급발진 의심 60대 불송치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손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던 60대 할머니가 경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17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할머니 A(60대)씨는 지난 10일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송치됐다.
경찰은 A씨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근거로는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기에 차량 운행 중 제동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예기치 못한 기계 오작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검사는 아니었다고 봤다.
경찰은 이에 따라 국과수 분석 결과를 A씨 과실의 근거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국과수 분석과 경찰이 배치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국과수는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A씨 측은 “국과수 감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에서 선정한 사설 전문기관이 국과수와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블랙박스 영상 음향분석 감정기관은 국과수와는 달리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A씨 측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조선닷컴에 “네 차례 의견서를 제출해 국과수 분석 결과 중 부실한 부분, 사실과 배치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며 “강릉경찰서가 이를 받아들여 국과수 분석 결과를 증거로 삼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급발진 의심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국과수 분석 결과가 부족한 증거라며 불송치 결정한 건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을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다.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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