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으로 파킨슨병 신경염증 감소 효과··· 새로운 치료법 나올까

김태훈 기자 2023. 10. 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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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뇌의 흑질부(흑색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면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다. 보건복지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중저선량 방사선이 파킨슨병의 신경염증을 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정연경 박사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노화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로바이올로지 오브 에이징(Neurobiology of Aging)’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생물체에 흡수된 방사선의 양은 구간별로 고선량, 중간선량, 저선량으로 나눈다. 이번 연구에서 쬔 방사선량은 0.6Gy(그레이)로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중간선량이지만 해당 분야의 앞선 연구들에서는 저선량 범위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이 중저선량 방사선이 퇴행성 뇌질환의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앞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지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중뇌 흑질부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운동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현재로선 병의 진행을 멈추는 근본적 치료법이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진은 이 질환의 주된 원인인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신경염증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해, 파킨슨병을 일으킨 실험쥐의 뇌에 중저선량 방사선을 쬔 뒤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포하는 곳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에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했다.

방사선 0.6Gy를 5회 쬔 파킨슨병 실험쥐를 7일이 지나 방사선을 쬐지 않은 실험쥐 대조군과 비교해 보니 신경염증을 나타내는 인자인 GFAP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염증세포의 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ICAM-1도 방사선을 쬔 실험쥐들이 대조군보다 약 75% 줄었다.

정연경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방사선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다각적인 기전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의 방사선 치료 관련 생체 지표를 탐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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