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용 리더기에 안 읽히는 ‘무용지물’ 선거 공약집···인권위 “접근성 높여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각장애인용 리더기에 글자가 인식되지 않는 PDF 형식의 파일 선거 공약집을 그대로 올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인권위는 선관위에 “홈페이지 선거 관련 정보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선관위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교육감 후보자 1명, 도지사 후보자 4명, 정당 두 곳의 공약집을 시각장애인 디지털 기기로 읽을 수 없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파일 내 글자가 텍스트 형식으로 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용 스크린 리더기가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없었다.
A씨는 한 교육감 후보가 제출한 시각장애인용 디지털 선거공보 USB(휴대용 저장장치) 메모리에 후보자 명이 점자로 적혀 있지 않아 어떤 후보의 공약집인지 그 내용을 열어보기 전에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선관위는 정당이 제출한 공약 자료를 임의로 재가공할 수 없으며, 이미 점자와 USB 등의 방식으로 시각장애인에게 공약집을 전달했다고 인권위에 소명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 대표자에게는 ‘선거공보 PDF 파일은 문자인식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하라’는 안내 공문을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장애인 차별시정위원회는 “제작 주체는 각 정당과 후보자로, 선관위가 차별행위의 주체는 아니다”라면서도 “선관위는 정당과 후보자에 공약집 보완요청을 할 수 있었다”며 권고를 결정했다.
인권위는 공약집이 별도로 배포되더라도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장매체에 담긴 파일이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저장매체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당·후보자를 위한 선거사무안내’를 배포하며 “지자체장 선거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 의무 작성‧제출 대상이며, 점자형 선거공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출하지 아니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칙을 안내했다. 다만 디지털형 선거공보 저장매체와 관련된 규정은 따로 없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총람에 따르면 지난해 시각장애인 선거인 수는 전국 6만429명이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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