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미 첫 태양광 일관생산`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가보니…이례적 속도에 현지서도 놀라
[카터스빌(미국) = 박한나 기자] 대형 건설장비 2대가 연달아 철골 공사가 마무리된 모듈공장 안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경계선 너머로 보이는 공장 안에선 작업자들이 내부 마감에 정신이 없었다. 벽을 따라 곳곳에 자리 잡은 테이블리프트는 배관공사를 하는 노동자를 태우고 수직과 하강을 반복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아간 북미 유일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한화솔루션 카터스빌공장 건설 현장은 한 마디로 분주했다.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태양광 밸류체인별 생산라인 구축이 한창이었다. 굳은 날씨에도 전기 작업 소리와 망치질 소리는 귓등을 계속 때렸다.
◇북미 유일 통합 생산기지 '카터스빌'= 북미 유일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기지인 카터스빌공장은 달튼공장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했다.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서 태양광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는 것은 한화솔루션이 처음이다.
최대연 미국 제조사업본부 인프라부문장은 "올해 9월 말 기준 카터스빌의 전체 공정률은 약 17% 진행됐다"며 "이 가운데 모듈공장은 내년 4월 생산을 시작하는 만큼 주요 공사를 올해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튼2공장의 증설에 이은 카터스빌 공장의 빠른 건설 속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3월 20일 숲으로 이뤄진 산 형태의 부지에서 건설에 착수했고, 불과 약 5개월만에 모듈공장의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의 바닥)를 완공했기 때문이다. 이미 달튼1공장의 건설과 달튼2공장의 증설 경험을 갖춘 데다 건설에 투입 중인 인원만 하루 약 450명으로, 동원대 중장비만 80여대다.
내년 4월 가장 먼저 가동되는 카터스빌 모듈공장에는 3개의 라인이 들어선다. 라인별 일일 모듈 생산량은 4900장으로 총 1만5000장을 생산하게 된다. 달튼1공장(1만3000장)과 달튼2공장(2만장)까지 합치면 미국 솔라허브의 총 모듈 생산량은 4만8000개에 이른다.
카터스빌 공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한화솔루션의 미국 모듈 생산능력은 총 8.4GW가 된다. 올 상반기 기준 1.7GW 규모에 머물던 생산능력이 5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8.4GW는 미국 기준 1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화솔루션이 모듈의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갈 수밖에 없는 것은 완성품 단계인 모듈 수요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설치 수요는 지난해 9GW에서 올해 28GW, 2024년 33GW, 2025년 39GW로 지속 증가한다. 또 모듈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투자세액공제 요건상 세금 감면액(와트당 7센트)이 가장 크다.
◇잉곳 그로워받침대 172개 구축·원자재까지 미국 공급망 구축= 역기억자 모양의 카터스빌 공장은 모듈뿐만 아니라 잉곳, 웨이퍼, 셀 역시 3.3GW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잉곳, 웨이퍼, 셀 공장은 모듈에 뒤이어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양산에 돌입한다.
눈길을 끈 것은 잉곳공장 부지였다. 잉곳은 폴리실리콘 원료를 '미니 용광로'로 불리는 전기로에서 녹여 생산하는 '그로워' 기계가 핵심이다. 현장에서는 약 8m 높이의 그로워 받침대(pedestal)들 수십 개가 줄과 열을 맞춰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로워 받침대 총 172개 중 92개는 작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한화솔루션은 그로워 172개 중 3개는 향후 개량장비 테스트 베드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로워 장비는 한화의 자체 생산 장비와 외부 장비로 채운다.
웨이퍼 부지는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라 붉은 철골의 뼈대가 바닥 곳곳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웨이퍼 공장이 흙과 자재만 보여 가장 작업이 더딘 것으로 보여도 가스나 화학 등을 사용해야 해 공정이 복잡한 셀공장과 비교하면 더 빠르게 짓는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무엇보다 카터스빌공장은 원부자재를 아우르게 된다. 한화솔루션과 지난 9월 4조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REC실리콘은 내달부터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공장에서 수력 발전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발자국이 거의 남지 않는 '클린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서 폴리실리콘을 활용해 핵심소재인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업체는 한화솔루션이 유일하다.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도 카터스빌 인근에서 1억4700만달러를 투자해 EVA시트 공장을 신설 중이다. 내년 6월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솔라허브 공급망의 한 축을 이룰 예정이다.
류성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제조본부장은 "카터스빌 공장은 한화가 10년 이상의 태양광 산업 운영 노하우를 집약시킨 최첨단 생산기지"라며 "미국 최대이자 유일한 태양광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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