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82배 부지에 '솔라허브'···"130만 가구분 태양광모듈 생산"
3.2조 들여 북미 최대 단지 구축
잉곳서 웨이퍼·셀·모듈 통합생산
달튼공장 합치면 8.4GW까지 확대
가정·상업용 이어 발전용 본격 공략
11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영세 카페트 산업 단지로 유명했던 이곳은 저가 중국 직물 업체에 밀려 한적한 교외도시로 전락했었다가 최근 다시 빛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조지아주 최대 도시 애틀란타에서 차로 50분 가량 내달려 도착한 카터스빌에는 건설장비들이 분주하게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축구장 182개 넓이 부지(130만㎡)에 한화솔루션(009830)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 2000억 원을 들여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단지 '솔라허브'가 올라가고 있다.
이 부지에는 3.3기가와트(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4개 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미국 태양광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생산기지다.
웅장한 건설 현장이지만 정문 앞 2차선 도로는 이곳이 한적한 시골 동네였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흙 먼지가 날리는 정문을 통과하니 멀리 거대한 공장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400명 안팎 건설 근로자들과 80여 대 중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공장 건설에 속도가 났다.
올해 3월 작은 숲이었던 이곳은 미국 최대 단일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가 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솔루션 현지 관계자는 "카터스빌 공장은 발전용(유틸리티) 태양광을 만드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이 만든 태양광은 가정용과 상업용 제품이 주력이다. 미국 시장에선 이 두 제품 점유율 1위다. 하지만 전 세계 태양광 설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용(유틸리티) 태양광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덤핑 수준의 가격을 무기로 삼는다. 발전용 시장 비율은 전체의 60%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한화솔루션은 여기서는 도전자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발전용 태양광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분일초가 아깝다. 이날 기준 공정진행률만 20%에 육박했다. 모듈 공장은 이미 철공 공사가 진행되며 내년 4월 생산을 한다. 카터스빌에 있는 직원들은 공장 건설을 적시에 마무리하고 제품 생산도 즉시 본궤도에 올린다는 자신감이 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달튼 공장의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산업용 태양광 제품을 주로 만드는 달튼 공장은 2019년 모듈 양산을 본격 시작했다. 달튼 1공장 생산 담당자는 "이곳은 3개 라인에 일 1만 3000장 가량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최근 불량률이 0.8%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산을 본격 시작한 지 4년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2공장은 자동화율을 대폭 높인 스마트팩토리다. 공장 입구부터 자율주행로봇(AGV) 부품을 나르고 산업용로봇이 분주하게 조립과 운송을 하고 있었다. 한국 진천 공장과 비교하면 인력은 30% 가량 적어 가격 경쟁력도 그만큼 높다.
카터스빌 공장이 준공되고 달튼 2공장이 안정화되면 올해 상반기 1.7GW 수준이었던 한화솔루션의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내년 상반기 8.4GW까지 확대된다. 8.4GW는 미국 기준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 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한화솔루션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육성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덕이다. 미국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발전설비를 지을 때 투자액의 최대 30%를 투자세액공제(ITC)로 지원한다. 미국산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짓고 미국제 부품을 사용하면 추가 10%의 세금 공제도 준다. 카터스빌 공장은 잉곳부터 모듈까지 전 단계에서 생산세액공제(AMPC)도 받을 수 있다. 미국 상무부가 내년 6월부터 동남아를 거쳐 수입되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해 관세 부과 조치를 한다고 발표한 것도 호재다.
현지에서 만난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가정용, 상업용에서 나아가 전력용 태양광 제품도 수년 내 1위에 올라서는 것이 사명”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터스빌·달튼=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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