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자형 건물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 생산라인이 한자리에
올해말 모듈동에 장비 반입…내년 4월 모듈 생산 목표
(카터스빌·달튼[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애틀랜타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84㎞ 떨어진 이곳 카터스빌에서는 북미 유일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 구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화솔루션은 이곳 130만㎡(약 40만평) 규모의 부지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가치사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20∼25m 높이의 낮은 산이었지만, 그새 편평하게 다져진 부지 위에 철골 구조물이 들어서며 제법 생산 기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전체 공장은 L자형으로, 밸류체인에 따라 잉곳, 웨이퍼, 셀, 모듈동 순으로 자리하고 있다. L자로 생긴 건물의 총 외곽 둘레는 약 2.5㎞ 정도다.
공사 현장에서는 약 400명의 인부가 곳곳에서 10여명씩 무리를 이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장비 80여대도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중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모듈동이다.
건물 내부 공사를 위해 설치한 가설 조명들이 반짝이고 있는 모듈동은 지난 8월 철골 작업을 마친 데 이어 지붕 공사도 거의 완료했다. 현재는 기계 설비, 배관 공사 등을 진행 중이다. 전체 공정의 50% 이상 진행된 셈이다.
모듈동의 한쪽 벽면은 콘크리트로 이뤄졌다.
공사 현장을 안내하던 관계자는 "카운티에서 '사람들이 공장을 밖에서 볼 때 콘크리트로 돼 있으면 안정감이 있다'고 콘크리트 벽체를 요구했다"며 "패널로 했을 때보다 공사비가 더 올라가지만 카운티의 요청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사장 한쪽에는 검은색의 긴 우수 배관도 잔뜩 쌓여 있었다. 바닥을 파서 설치해 폭우가 왔을 때 인공연못으로 물을 배출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미국은 새 구조물이 형성되면 이 구조물을 통해 자연에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다 고려해서 설계에 반영하게 한다"며 "대부분 인공 연못을 구성하게 하는데 (우리도) 인공연못을 2∼3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연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임원(상무)은 "모듈동은 12월 첫째 주에 장비를 반입하고 내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모듈동이 건설 기간도 짧게 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인센티브도 가장 많기 때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IRA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의 경우 와트(W)당 7센트의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주어진다. 셀은 W당 4센트, 잉곳·웨이퍼는 ㎡당 12달러(환산 시 W당 5센트)다.
모듈이 IRA 세액공제 기대효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연말부터 모듈 라인을 시작으로 주요 공정 장비를 반입하고, 내년 4월 모듈 공정을 가동하는 데 이어 잉곳, 웨이퍼, 셀 공장도 순차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카터스빌 공장 전체적으로는 약 17% 정도 공정이 진행됐다.
셀동은 2층 바닥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잉곳동 공사 현장에서는 바닥을 지지할 철근 구조물 작업이 한창이었다.
류성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제조본부장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잉곳의 품질을 차별화하기 위해 혁신 생산공정을 새롭게 양산 단계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워싱턴주에 위치한 친환경 폴리실리콘업체 REC실리콘, 카터스빌 인근에서 EVA시트 공장을 신설 중인 한화첨단소재 등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태양광 셀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등 원부자재까지 아우르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카터스빌 공장은 원재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 과정으로 진행되는 스마트팩토리로, 자율이동로봇(AMR)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류 본부장은 "스마트팩토리 카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협력업체와 유기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미 카터스빌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달튼에서 연간 5.1기가와트(GW)의 모듈이 생산 가능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세계 카펫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카펫 산업이 발달했던 달튼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공장이 들어선 이후 미국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존 오소프 상원의원 등 미국 정계 주요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달튼에서 2019년부터 1.7GW의 생산능력을 갖춘 1공장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 7월부터 연 3.4GW 규모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2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이날 카터스빌 공사 현장 방문에 앞서 찾은 달튼 공장은 한국 진천공장과 말레이시아공장에서 생산한 태양광 셀에 EVA시트, 유리, 프레임 등을 결합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는 4조2교대 연중무휴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달튼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는 1공장 750명, 2공장 980명이다.
모듈 공정은 셀 커팅, 태버(셀·와이어 연결 장비), 유리·EVA시트·백시트 투입, EL 자동검사·수리, 라미네이터, 프레임 체결·출력 측정, 품질 검사, 제품 분류·포장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당 1천와트(W)의 빛을 조사(照射)해 전기가 얼마나 생성되는지를 확인하는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불량품을 골라낸다. 1공장의 불량률은 0.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공장(3개 라인)에서는 라인당 하루 최대 4천300개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2공장(4개 라인)에서는 최대 4천900개까지 생산 가능하나 현재 공장 안정화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풀캐파(생산능력 최대치)가 가동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증설된 2공장은 1공장에 비해 공장 자동화에서 한발 앞선 모습이었다. 구체적인 자동화율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공장 대비 약 30% 적은 인력으로도 공장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공장 입구부터 원자재를 싣고 빨간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자율이동로봇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공장에서 작업자가 일일이 나르던 프레임도 2공장에서는 로봇 팔이 직접 프레임을 집어 운반하고 있었다.
공장을 안내하던 조성원 공정팀 프로는 "1공장 대비 캐파가 2배로 늘었는데 자동으로 자재를 투입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며 "1공장에서 사람이 매뉴얼을 보며 붙이던 정션박스(junction box)도 2공장에서는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용 달튼 공장장은 "한화솔루션이 재생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달튼 공장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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