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빠르고 편한 쿠팡 ‘로켓 배송’의 그늘
[앵커]
최근 유통 업계의 강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쿠팡은 빠르고 편한 새벽 배송 서비스, 이른바 로켓 배송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로켓 배송 중이던 쿠팡 택배 기사가 숨진 채 발견돼 쿠팡의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제혁 해설위원과 함께 사건의 경과와 맥락에 대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물건을 배달하다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건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기자]
지난 13일이었죠 새벽 4시 40분쯤 경기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서 60살 박 모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머리맡에는 쿠팡의 택배 상자 3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박 씨는 밤새 물건을 배달하는 중이었고 그날 아침 7시까지가 퇴근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박 씨의 심장이 일반적인 300g보다 훨썬 더 커진 800g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씨는 심근 경색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택배 노조는 1년간 밤새 새벽 배송을 해 온 것이 질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장 비대는 과로의 결과이고 심근 경색이 직접적인 사인인데 바로 이 심근 경색이 대표적인 과로사의 원인이라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경찰의 변사 사건 조사가 과로와 죽음의 인과 관계까지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로사 인정 여부는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 쿠팡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기자]
쿠팡은 일단 자신들이 책임질 일이 전혀 아니라면서 선 긋기를 하는 모습인데요.
쿠팡은 사건 초기 입장문을 발표해서 숨진 사람은 쿠팡 직원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고인의 실제 주 평균 노동 시간은 주 평균 52시간 정도로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쿠팡 퀵플렉스라는 곳 소속인데, 퀵플렉스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 CLS와 계약을 맺는 대리점들과 다시 계약을 체결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정규직인 '쿠팡 친구'와는 달리 박 씨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앞서 주 52시간 통상적인 노동시간이라는 쿠팡의 계산법과 전국 택배노조 측의 계산법은 전혀 다릅니다.
심야 노동에는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선 고인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5시간이었고, 심야 노동에 대한 산재 판정 기준 30%를 가산하면 71.5시간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쿠팡의 로켓 배송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군요?
[기자]
혹시 쿠팡의 로켓 배송 이용해 보신 일 있으신가요?
전날 자정 전까지만 주문하면 새벽에 집 문 앞에 필요한 물품을 갖다 놓는데 요즘 로켓 배송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말도 주부들 사이에 나옵니다.
그 편리함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가 봅니다.
회원 가입 후 한 달에 5천 원 정도만 내면 무료 택배를 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쿠팡의 급성장 과정에 일등 공신이 이 로켓 배송인데 편안하게 물건을 받는 시민들은 몰랐지만 정작 그 뒤에는 힘들게 일하는 택배 종사자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쿠팡에서 하청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실태는 우려를 자아낼 만한 수준입니다.
하루 평균 9.7시간, 주 5.9일을 일해야 했는데 여기에 심야 노동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면 건강에 무리가 될 만한 수준입니다.
여기에다 클렌징 제도라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클렌징 제도는 기사들이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쿠팡 측이 배송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일을 주지 않는 노동 통제 방식이라고 합니다.
지난 4년간 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13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과다근로 문제는 비단 쿠팡뿐 아니라 택배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2021년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성사됐습니다.
당시 주요한 택배 업체들이 참여했는데 쿠팡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에는 지금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택배 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문제 제기에 주력해온 택배 노조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택배노조는 어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박 씨의 죽음을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과로사를 유발하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다"며 실태 조사와 감독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쿠팡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쿠팡 측은 어제 다시 입장문을 내서 "택배노조가 허위 사실을 가지고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 비난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앵커]
쿠팡의 최근 급성장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자꾸 터지는 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텐데요?
[기자]
네 쿠팡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주목받았지만, 상당 기간 적자에 시달려 왔고 그만큼 사업적 고민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3분기 첫 흑자를 낸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가 예상되고 있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쿠팡 플레이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유통업계의 대표 기업으로서 쿠팡도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앞세우는 등 요즘 기업 이미지 개선에 더 신경 쓰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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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혁 기자 (j.ch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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