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전종서의 다음 스텝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전종서의 토슈즈는 어디로 향할까.
액션도 발레 공연처럼. 시니컬하고 세상만사에 무심한 표정 속 피어난 응축된 감정 그리고 화려한 색감과 구도의 '발레리나'는 한 편의 퍼포먼스 공연과도 같다. 마스크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녹아든 공연을 선보인 전종서. 그의 다음 스텝도 궁금해진다.
지난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소중한 친구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를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 전종서는 극 중 몸으로 하는 것은 못 하는 것이 없는 여자 '옥주'로 분했다.
영화에서 옥주가 경호원 출신이라는 점, 친구 '민희'와 관계 등은 대사를 통해 전달하기보다 플래시백,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전사에 대한 설명은 시나리오상에는 상세하게 나와있다. 어떤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한 상세함이 아니라 모든 시퀀스 속에서 옥주가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식이다. 그런 방법이 심플하고 쉬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유추를 통해 옥주의 과거를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관객에겐 불친절하다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종서는 "영화상에서 것은 시나리오만큼 제 캐릭터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이 나온 것이 없어서 (대중에게는) 연기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오프닝 시퀀스나 옥주가 다른 인물을 만날 때 모습에서 짐작하실 수 있도록 연기적으로 풀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자신의 캐릭터 해석에 대해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밑도 끝도 없는 거친 느낌의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누르고 참으면서, 과거를 덮고 지금에 존재하는 느낌으로 가려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종서의 '옥주'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듯 시니컬한 얼굴로 감정 역시 응축된 형태로 드러난다.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응축된 분노로 복수의 순간, 크게 폭발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의 복수를 위해 달려드는 캐릭터는 많았다. 복수를 위해 달리는 그 수많은 캐릭터들 속 '옥주'를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떻게 연구했을까. 전종서는 "이전엔 '민희'(박유림) 같은 캐릭터 같은 걸 많이 해왔던 거 같은데 이번 작품에선 '민희'를 잘 서포트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민희가 작품 그 자체 '발레리나'이기도 하고 '옥주'의 중요한 심장 역할이라, 그런 깨끗하고 순수한 여자아이가 사라졌을 때 같이 분노하길 바랐고 마음 아프길 바랐다. 유일한 존재 '민희'가 돋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또한 "여고생(신세휘) 캐릭터도 민희가 사라진 다음 그 연장선으로 지켜내야 할 여자주인공으로서 옥주와 케미를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이 있었다"면서 "벗겨진 여고생의 교복을 보고 완전히 눈이 돌아서 내가 죽더라도 준비상태로 가는 건데, 그렇게 몸을 불사질러 싸우는 옥주가 되는 도화선으로서 여고생이 결정적이긴 했다"고 덧붙였다.
극 초반, 복수를 위한 조각을 찾아가던 '옥주'는 '발레코어룩'을 입고 '최프로'(김지훈)와 만났다. 발레리나 친구의 복수를 위한 여정에서 '옥주'의 발레코어룩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일지 궁금했다. "보면 '민희'가 입은 코르셋이 있다. 그걸 입고 최프로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면서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은 옥주의 복수가 발레 공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의상으로 시도를 해봤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극 중 홀로 험악한 범죄자들을 상대하며 1대 다수의 액션을 보여줬다. '발레리나' 속 액션에 대해 "불사지르는 듯한 느낌으로 했다. 뒤엉켜서 싸우게 되는데 액션이 합이 맞춰진 '춤' 같은 느낌보다, 무방비 상태로 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느낌이 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신체 조건과 수적 열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지만, 전종서는 "다수의 남성과 액션이라 밀려보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이거나, 싸움 중간 허점과 관련해 내가 뭘 무기로 삼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더 빠르게 해보고 더 유연하게 몸을 써보면서 제가 잘 쓸 수 있는 신체 조건이 반영된 동장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옥주'의 감정이 분명히 드러나는 장면이 나온다. 100% 액션만을 보여줬다기보다 옥주의 감정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액션을 위한 액션은 아니었으나, 전종서는 액션 연기에도 욕심을 냈다. "무술팀은 프로시니까 배려를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너무 배려만 받다보면 혹시나 쉬워보이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무술팀과) 자꾸 맞춰서 (배려받는 걸) 축소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전종서는 "액션스쿨 근처에 숙소 잡아서 왔다 갔다 하며 점점 강도를 높여 액션을 준비를 했다. (총기 액션에서) 총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술팀이 다 알려주셨다. 오히려 총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합이 조금 암기가 필요하기도 했고, 몸이 따라줘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연습을 반복했다"고 털어놓았다.
'발레리나'는 여성 연대, 여성 복수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여성 그리고 연대하는 여성들 사이, 전종서는 어떻게 어떤 감정을 담았을까. "여자의 우정 자체가 복잡한 감정이라 생각한다. 자칫 사랑으로 보일 수 있고, 우정 같지만 언젠가 부서질 수 있는 위태롭기도 한 감정인 거 같다. 그 감정을 그 상태로 그냥 둔 거 같다. 친구를 위한 복수지만 복잡미묘한 우정을 그냥 둠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복수가 될 수 있고, 유일무이한 존재를 잃은 상황이 되기도 하고 가능성을 크게 뒀다"고 말했다.
데뷔작인 영화 '버닝' 때부터 큰 임팩트를 남겼던 전종서는 이후로도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왔다. 이러한 캐릭터를 주로 맡는 이유가 특별히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캐릭터를 선호했던 거 같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때 당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연기적으로 분출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걸 해보고 싶다는 열망도 강했다. 도전적인 시기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전종서는 "캐릭터마다 각 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작품과 캐릭터가) 저를 찾아와준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 폭이 좁혀졌다고 한다면 넓히려 노력할 것이다. 딱히 얽매이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걸 원하는 만큼 해보고 또 다른 것도 원하는 만큼 해보고. 요즘엔 대중분들이 저에게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전종서는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로 대중과 만남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전종서가 다음 스텝으로 생각 중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평범한 여자아이"라고 전종서는 답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아닌 평범함 속 나름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찾고 있었다.
특히나 전종서의 첫 TV드라마 데뷔작이 될 '웨딩 임파서블'을 연기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로맨스 코미디에 대해서도 많이 열렸다. ('웨딩 임파서블'을 촬영하며) 평소에 보지 않았던 드라마를 많이 보게 됐다. 관심도 많이 쏠리게 되더라. 드라마의 매력이구나란 것을 이 작품이 해준 거 같다"며 로코물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또한 전종서는 공개 예정인 '우씨왕후'로 첫 사극에 도전했는데, 전종서는 "사극은 완전히 다른 장르더라"면서 살짝 웃어보였다.
"연기할 때만큼은 거침없고 자유로워지는 거 같아요. 뭐든지 꺼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실제의 나'는 내성적이더라도 결국 연기를 하면서 보이는 건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성격'이니까, 연기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 거 같아요. 그래서 또 다른 연기를 계속해보고 싶어요."
사실 전종서는 스스로의 성격을 내성적이라고 말했다. 먼저 인사도 건네지 못해 오해를 받을 정도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할 때만큼은 달라지는 자신에 대해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나를 끌어내고, 이젠 대중이 원하는 또다른 자신을 찾아보려는 전종서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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