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5% “올 채용 미정”… 대학가 ‘하향 취업’도 속출

전수한 기자 2023. 10. 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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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대규모 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 채용이 자리 잡으면서 대학가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채용 시기를 정하지 않고 필요한 인재를 곧바로 뽑는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탓에, 취업 문이 아예 닫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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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 갈수록 심화
단기계약·노무직 지원자 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대규모 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 채용이 자리 잡으면서 대학가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정규직 대신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계약직만 전전하는 청년 구직자도 늘고 있다.

17일 문화일보가 확인한 취준생들은 졸업 후 자신들을 대규모로 소화해주던 ‘공채의 종말’을 우려하고 있었다. 채용 시기를 정하지 않고 필요한 인재를 곧바로 뽑는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탓에, 취업 문이 아예 닫혔다는 것이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 졸업반 정모(25) 씨는 “회사에 조금이라도 어필하기 위해 대학생활 대부분을 학내 경제학회 활동에 매진했다”면서 “사회로 첫발 떼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호소했다. ‘경력 있는 신입’이 되기 위해 각종 대외활동·인턴십 경력에도 청년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4.6%가 “수립하지 못했다”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예상한 올해 대졸 채용 경쟁률은 81대 1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눈높이를 낮춰 ‘하향 취업’을 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대졸자가 고졸 학력 일자리에 취업하거나, 계약직이나 단순 노무직에 지원하기 때문에 일자리 미스 매치도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당장 수입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취업 문턱이 낮은) 계약직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하는 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을지 이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취업난은 ‘문과생’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3곳의 인문-이공계열 학생의 휴학 비율 격차를 조사한 결과 이 격차는 2018년 3.9%포인트에서 지난해 8.9%포인트로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인문계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걱정 탓에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입사원의 적응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시 채용 문화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강제로 하향 취업하도록 내몰리거나, 이공계의 ‘문과 침공’에도 피해를 보는 문과생들에 대한 제도적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전수한·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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