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2030 “임상알바 겁났지만 방값 못내는게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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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약을 먹을 때는 조금 무서웠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장 다음 달 방값을 못 내는 게 더 무섭더라고요. 임상시험에 30여 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저와 같은 20∼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임상시험 참가자인 20대 B 씨는 "의료기관과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사이트에 회원 등록한 뒤 문자로 하루에 10여 건이 넘는 모집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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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일 입원후 100만원 벌어
“실험용 쥐처럼 느껴지기도…”
임상플랫폼 신규회원 증가세
2030 중심 하루 700명 늘어
“처음 약을 먹을 때는 조금 무서웠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장 다음 달 방값을 못 내는 게 더 무섭더라고요. 임상시험에 30여 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저와 같은 20∼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모(29) 씨는 2년이 넘도록 노력했지만 좁은 취업 문을 뚫지 못했다. 생활비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던 그는 최근 한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당뇨·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김 씨는 “2박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약을 복용하고 각종 검사를 마친 뒤 100만 원을 받았다”며 “돈 때문에 ‘실험용 쥐’가 된 느낌이지만, 임상시험만큼 단기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복합·중층 경제위기로 취업난과 생활고에 직면한 청년층이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제약사 임상·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뛰어들고 있다.
17일 144만 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내 최대 임상·생동성 시험 중개 플랫폼 메디25에 따르면, 신규 회원이 하루 평균 600∼700명대로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하루 평균 페이지뷰는 4만 회 이상으로, 특히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플랫폼에 임상시험 공고를 올린 A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질병을 앓거나 임상효과를 기대하고 지원하는 고령층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급전이 필요해 지원하는 20∼30대 지원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 알바몬에 ‘생동성·임상시험 알바’를 검색하면 500여 개가량 게시된 신규 모집 글을 볼 수 있다. 임상시험 참가자인 20대 B 씨는 “의료기관과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사이트에 회원 등록한 뒤 문자로 하루에 10여 건이 넘는 모집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C 씨는 “임상·생동성 알바 지원자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주변에서 ‘건강이 괜찮냐’고 걱정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지만 참가자가 심각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는 잠재적 위험성과 부작용을 안고 있어 젊은 층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질환을 앓는 환자 외에 건강한 일반인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임상시험 등에 의한 약물 이상 사망자는 매년 20∼30건씩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만큼 충분한 사전 설명과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참가자 역시 단순히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경 고려대 의과대 명예교수는 “청년들이 임상시험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시험 안전성과 연구를 강화해 의료 선진화의 토대를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준영·박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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