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처럼 죽었다” 약혼녀 겨냥한 하마스 수류탄에 몸 던진 남성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류탄이 약혼녀를 향해 날아든 순간, 20대 캐나다 청년은 주저 없이 수류탄에 몸을 던졌다. 2018년 가자 국경 지역에서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연 청소년 중 한 명이었던 이 남성은 5년 후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지켜냈다.
16일(현지시각) CTV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건은 네타 엡스타인(21)과 약혼녀인 아이린 샤빗이 함께 살던 이스라엘 키부츠 ‘크파르 아자’에서 일어났다. 주민 750명이 사는 이 키부츠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집단 학살의 피해 지역 중 한 곳이다. 두 사람이 살던 아파트 역시 공격 대상이 됐다. 당일 10시 30분 하마스 대원들은 창문을 깨고 아파트에 침입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아파트 내부로 수류탄 2개를 던졌지만, 엡스타인과 샤빗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세번째 수류탄은 샤빗을 향해 날아들었고, 엡스타인은 샤빗을 구하려고 수류탄을 감싸 안듯 자신의 몸을 던졌다. 곧이어 하마스 대원은 엡스타인에게 총을 난사했다. 수류탄, 총격 등으로 그의 신체 일부가 문과 침대 등으로 떨어지는 것을 샤빗은 목격하고 말았다. 엡스타인을 비롯해 엡스타인의 할머니, 삼촌 등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엡스타인 어머니 아일릿 샤샤르 엡스타인은 “내 아들은 드넓은 가슴을 갖고 있었다. 외모가 아름다웠지만 속마음도 그런 아이였다”며 “엡스타인은 내게 첫 아이이자 우리 집안의 첫 손자였다. 우리에게 엄청난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은 수류탄 위에 쓰러져 몸으로 덮어 사랑하는 사람을 구했다”며 “엡스타인은 정말로 영웅처럼 죽었다”고 했다.
엡스타인은 청소년이었던 2018년 가자지구 국경에서 수천 명의 젊은이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불우 청소년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일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6개월 전에 샤빗을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고 한다.
주토론토 이스라엘 총영사관은 이날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캐나다인이 5명으로 늘었다면서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총영사관은 엑스(트위터)를 통해 엡스타인이 지난 7일 ‘감동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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