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도적 휴전 거부...예루살렘엔 미사일 공격
구호물자 쌓여가지만 굳게 닫힌 국경
220만여명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생존에 필요한 인도적 물자 반입을 위해 일시적으로 휴전을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스라엘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집트와의 국경에는 가자 주민들을 위한 구호 물자가 쌓이고 있지만 국경 통행로는 굳게 닫혔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는 교전이 계속 되면서 수천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라파 국경 통행로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이 오전 9시를 기해 라파 국경 통행로를 일시 휴전과 함께 8시간 동안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자지구에는 외국인의 탈출에 대한 대가로 휴전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이 없을 것”이라며 휴전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마스 측 역시 “이집트로부터 라파 국경 통과 가능성에 대한 확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통행로는 열리지 않았다. 유엔 소속 연료 보급 차량 역시 국경을 넘지 못했다.
휴전이 무산된 것은 인도주의 지원 물자를 위장한 무기 반입을 우려한 이스라엘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가자 지구에서 제3국 시민들의 출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집트는 이 위기가 시작된 이후 국경을 개방하고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왔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이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보장을 하지 않은 점을 우려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이집트를 경유하는 트럭을 철저히 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암논 셰플러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가 라파 통행로를 통해 무기를 밀수하는 것을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긴급구호국장은 구호를 위해 가자지구에 들어가기 위한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쪽으로 이주한 수백만명의 사람들과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가자지구로 들어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는 가자지구의 100만명이 집을 떠나야 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유엔 시설에 피난한 만큼 식량과 물, 연료 등 기본 용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날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를 7500만유로(1070억원)으로 기존이 3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주 내에 두차례 공수 작전을 시행할 예정이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남부로 강제 대피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며 “이 원조가 통과되지 앟으?잠재적으로 수천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보건국은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27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9700명 이상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미국이 직접 이스라엘 설득에 나섰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을 돌며 의견을 나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로 돌아와 베냐민 네타냐후를 만났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8일 이스라엘 방문을 확인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구호물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이스라엘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피난민이 모여든 가자지구 남부 주택가에 공습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마스 산하 군사 조직 알 카심 여단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표적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의회 회의중 발생했다. 공습경보가 울리자 의회가 잠시 대피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블링컨 국무장관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및 전시 내각과 회의 중 공습 경보가 울리자 약 5분 간 벙커로 대비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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