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집 앞 흉기’도 관용해선 안 된다[포럼]

2023. 10.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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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보장된 법치주의 원리 중 하나는 권력분립이다.

행동으로 법치주의 훼손이 표출되는 사례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집 앞에 흉기를 두고 간 사건을 들 수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1일 오전 3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장관 아파트 현관문 앞에 흉기와 점화용 토치(torch)를 두고 간 40대 A 씨를 특수협박 및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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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상 보장된 법치주의 원리 중 하나는 권력분립이다. 특히, 사법부의 독립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법 불신과 법치주의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축하를 빙자한 문구나 말로써 사법 불신을 드러내는 사례와 행동으로 법치주의 훼손이 표출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어느 쪽이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우려스럽다.

말로써 사법 불신을 표출하는 최근 사례는,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겨냥한 각종 비속어와 욕설을 담은 표현들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후문 주변에 길게 늘어선 근조 화환 190여 개의 리본에 적힌 문구에는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 판사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은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나,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는 표현 및 거대 야당 대표가 권력자임에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표현 등의 야누스적 결정문에 비춰볼 때, 유 판사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영장전담판사가 1인인 점 등은 앞으로 입법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 단체가 유 판사를 겨냥해 ‘유창훈 축사망’ ‘유창훈 ○판사 ○○야!’ ‘자손 대대로 천벌을 유창훈 일가에게’ 등의 비속어와 욕설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가 내린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영장전담판사의 인격을 향한 인신 모독은 사법 불신의 표현을 넘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옥외광고물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행동으로 법치주의 훼손이 표출되는 사례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집 앞에 흉기를 두고 간 사건을 들 수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1일 오전 3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장관 아파트 현관문 앞에 흉기와 점화용 토치(torch)를 두고 간 40대 A 씨를 특수협박 및 주거침입 혐의로 체포, 구속했다. A 씨는 CCTV가 있는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흉기를 현관에 두고 간 모습이 또 다른 아파트 CCTV에 담겨 덜미가 잡혔다. A 씨는 지난 14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그동안 CCTV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에 검거됐다. A 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찰에서 “2년 넘게 나를 괴롭히는 권력자들 중 기억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내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법무 행정을 총괄하는 장관을 위협할 목적이었음을 시사한다.

A 씨는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한 장관의 집 주소는 허위로 드러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야권 성향의 유튜브 채널 보도를 보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의 관계자 5명은 지난해 11월 27일 한 장관의 자택을 찾아가 도어록을 열려고 시도한 바 있고,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의 주소가 노출됐다. 이에 한 장관은 관계자 5명을 공동주거침입 및 보복범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이렇듯,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위가 비난 문구나 말 또는 행동으로 이뤄지는 경우 이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서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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