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자금 쏟은 네팔 포카라공항…또 하나의 '부채의 덫'
'中지원' 불편 접경국 인도, 취항 거부…"대출금→보조금 전환 요청에 中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실크로드) 대출금으로 지은 네팔 포카라 국제공항이 개항하자마자 빚더미에 오를 처지가 됐다.
거금을 대출받아 지었지만 지난 1월 개항 이후 국제선 노선이 없고 이용객이 적어서인데, 일대일로 참여 저개발국이 겪는 '부채의 덫'의 전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조달러(약 1천351조원) 규모의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들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네팔 포카라 국제공항의 사례를 상세하게 전했다.
포카라 국제공항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공항·항만·철도 등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해준다면서 중국 기업에 공사를 맡겨 과도한 공사 비용을 챙기는 중국식 인프라 개발 모델의 전형이라고 NYT는 짚었다.
안나푸르나봉을 포함해 히말라야 주요 고봉들을 볼 수 있는 포카라 지역은 등산객들이 몰리는 국제 관광지로 통한다.
이 때문에 네팔 정부는 1970년대부터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내부 정치적 혼란에 자금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해왔다.
그러다가 2011년 중국기계공업그룹(CNMIC) 자회사 중국CAMC엔지니어링의 제안으로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 논의가 시작돼 2016년 네팔과 중국 정부 간에 대출 협정이 이뤄졌다.
중국으로선 아시아에서 지역 패권을 겨루는 경쟁자인 인도를 견제할 지정학적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네팔도 포카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 호재라는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공항 건설 공사는 중국CAMC엔지니어링이 맡았는데 공사 비용이 크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3억500만달러(약 4천122억원)에 공사를 낙찰받았다. 네팔 정부가 예상 비용의 2배에 달한다면서 항의하자, 공사비는 결국 30% 줄어든 2억1천600만달러(약 2천920억원)로 조정됐다.
이 돈 가운데 4분의 1은 무이자 대출금이었고, 나머지는 중국수출입은행에 2% 이자를 내도록 했으며 2026년부터 상환한다는 조건이었다. 공항 건설 공사는 2017년 7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공항 건설 작업에서 부실 공사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공사 감독을 위해 고용됐던 네팔 민간항공국 출신 무라리 가우탐은 국제공항 건설 전문가팀을 구성하라는 요구에 중국 측이 대학을 갓 졸업한 인력을 채워 넣는가 하면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살피도록 책정된 비용을 다른 곳에 쓰는 등 마구잡이 공사가 횡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활주로 조성 공사가 날림으로 진행됐고 품질 보장 여부를 알 수 없는 중국산 자재가 사용되는 등 국제적 표준에 충족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공항 건설 관계자 6명을 인터뷰하고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공사 관련 문서를 조사한 결과, 중국CAMC엔지니어링이 자사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사업 조건을 반복적으로 수정했으며 네팔 당국 감독도 피함으로써 결국 부실한 국제공항 건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잡음' 속에서도 5년여 공사를 거쳐 지난 1월 2일 포카라 국제공항이 정식 개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정학적 위기가 닥쳤다.
중국은 포카라 국제공항이 중국과 네팔 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협력의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네팔은 인도의 외면으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네팔 최대 항공사인 붓다 에어가 인도 북부도시 바라나시 공항과 포카라 국제공항 간 주 2회 항공편 개설을 제안했지만, 인도 정부는 사실상 취항 거부 입장을 보인다.
인도로선 자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중국이 지원한 네팔 포카라 국제공항을 곱게 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공항은 연간 28만명의 국제선 승객을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국제선 승객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네팔로선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 비용을 2026년부터 상환해야 하는 탓에 처지가 다급하다.
네팔 당국은 중국에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 대출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대신 중국 당국은 포카라 국제공항을 포함해 네팔에 더 많은 항공편과 노선을 개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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