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15건 출동…고양이, 송아지, 노루 구한 ‘멋진 소방관’은
‘119 동물구조대상’ 시민 추천투표 16일부터
물에 빠진 유기견을 구조하기 위해 초겨울 강물에 뛰어들고, 아파트 구조물에 갇힌 노루를 구조하고, 기습 폭우로 하천에 떠내려가는 송아지를 구해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국 소방서의 구조대원들이다. 위기에 처한 동물을 외면하지 않고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던 진정한 ‘동물 영웅’은 누가 될까.
동물자유연대가 ‘제2회 119 동물구조대상’ 시상식에 앞서 시민 추천 구조대원을 뽑는 투표를 진행한다. 119 동물구조대상은 지난해 소방의 날(11월9일) 60주년을 맞아 동물 구조 및 보호에 노력한 소방기관과 소방구조대원에 감사를 표하고, 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동물자유연대가 주최하고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동물복지국회포럼’이 후원을 하고 있다.
시상은 △소방기관(1개소) △소방구조대원(2인) △시민 추천 구조대원(1인) 등 세 부문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시민 추천 구조대원은 올 한해 대표적인 동물 구조 활동에 참여한 구조대원들을 추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응원하기’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해당 부문 후보에 오른 소방대원은 총 4명으로, 인명구조는 물론 일상 속 동물구조에 솔선수범을 보인 대원들이 선정됐다.
전라북도 김제소방서 양창욱 소방대원은 지난 12월 초 동진강 교각에 다리를 다친 유기견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직접 헤엄쳐 들어가 개를 구조했다. 충주소방서 심재원 소방대원은 먹이를 찾으러 아파트까지 내려온 노루가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 조형물에 갇히자, 동물 포획 장비를 이용해 노루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집을 잃은 반려견을 퇴근길에 구조한 소방대원도 있다. 대전둔산소방서 정연길 소방대원은 4월 중순 실종된 지 2주가 된 반려견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시 현장 주변을 2시간 정도 수색했으나 찾지 못하고 복귀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퇴근길에 재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반려견을 발견해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돌려보냈다. 제주 서부소방서 이건윤 소방대원은 지난 9월 기습적인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송아지들이 고립되자, 직접 크레인을 타고 하강해 송아지를 안고 구조해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동물관련 출동은 총 7만8775건으로 하루 평균 215건에 달했다. 2018년 이후 변경된 소방청 동물구조 출동기준에 따르면 인명구조 상황이 아니면 구조대원들은 동물 관련 신고가 접수되어도 출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장의 소방구조대원들은 시민들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하려다가 2차 사고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과 동물의 안전을 위해 구조 현장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지난해 시민추천 부문 수상자는 초등학교 축구 골대 그물에 목이 감겨 의식을 잃은 고양이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목숨을 구한 충남 아산소방서 조상우 소방대원이 선정됐다. 수상자 중 한 명이었던 강원 화천소방서 박민화 소방대원은 “모든 살아있는 동물을 구조받을 권리가 있다”는 마음을 울리는 수상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이번 시상식이 시민과 동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기관과 구조대원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이러한 관심과 애정이 전달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아낌없는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추천 구조대원 투표는 오는 16일부터 5일간 진행된다.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구조대원은 공적 심사위원회의 확인을 거쳐 최종 선정된다. 부문별 추천도 10월20일까지 가능하다. 시민추천 구조대원을 제외한 2개 부문은 단체가 구성한 공적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확정한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기관 1천만 원, 소방구조대원 각 5백만 원, 시민 추천 구조대원 2백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10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는 동물자유연대 누리집(https://119animalrescue.imweb.me)에서 참여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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