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폐업률 65%...“아파도 갈 곳이 없어요”

2023. 10. 17. 11:1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전국 동네 소청과 개업 대비 폐업률이 6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소청과 3곳이 문을 열 때 2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동네 소청과는 1차 의료기관으로서 경·중증 여부를 구분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전국 87곳 문열고 57곳 문닫아
동네 소아의료체계 붕괴 우려 확산

#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35) 씨는 7세, 5세 자녀를 키우는 동안 동네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2곳이 문을 닫아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박씨는 “한 의사 선생님은 병원을 접을 거라고 하셨다. 소청과가 소송도 많고 다들 기피하는 과다 보니 아예 다른 사업을 하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가 워낙 길다 보니 급할 때는 성인 진료를 보는 일반 이비인후과나 내과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전국 동네 소청과 개업 대비 폐업률이 6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소청과 3곳이 문을 열 때 2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개업 규모는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세다. 동네 소청과는 진료 과목 1개, 병상 수가 30개 미만인 개인 병원을 의미한다. 접근성이 높은 1차 의료기관이자 상급 병원 진료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턱이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의원급 소청과 87곳이 문을 열고 57곳이 폐업했다.

전국 개업 대비 폐업률은 65%다. 지방뿐 아니라 인구가 많아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마저 56곳이 개업할 때 34곳이 폐업(61%)했다. 그중 서울은 18곳 개업할 때 15곳(83%), 경기도는 31곳이 개업할 때 16곳(52%)이 문을 닫았다. 백 의원은 “최근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의원급 소청과가 급감하며 소아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급 소청과 폐업률은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1년 150%, 129%까지 치솟으며 최악을 기록했다. 폐업률 수치만 보면 코로나19 시기 대비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의원급 소청과 개업 자체가 줄어든 점을 주시하고 있다.

연도별 개업 규모는 2018년(122곳), 2019년(114곳), 2020년(103곳), 2021년(93곳), 2022년(87곳)으로 내리막길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간판에 ‘소아청소년과’라고 이름을 붙이고 일반 진료로 전환한 곳이 태반”이라며 “신고를 하지 않아 수치에 잡히지 않지만 실제로 동네 소청과는 더 많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소청과 감소 현상은 경증·중증 영유아 환자 모두에게 위협적이다. 동네 소청과는 1차 의료기관으로서 경·중증 여부를 구분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증은 동네 소청과에서 치료하고, 중증은 상급 기관으로 보내도록 하는 동네 소청과가 사라지면 경증환자들이 병원을 찾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병을 키울 확률이 커진다.

상급 기관 입장에서는 경증환자들까지 몰리면서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2세 아이를 키우는 장모(34) 씨는 “동네에 수족구가 유행했을 때 당장 진료를 볼 수 있는 동네 병원이 없어 동탄에 있는 어린이전문병원으로 가라는 조언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동네 소청과 실종은 갈수록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로 1차 진료를 책임지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지난 3월 소청과 폐과를 선언한 바 있다. 김진·박상현 기자

soho0902@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