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히딩크? 유상범 “‘4강 신화’ 전엔 ‘5 대 0’ 조롱받아”

조문희 기자 2023. 10.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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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는 김 대표 체제 옹호, 비윤계는 비판
이준석 “김기현 2기 체제 길어야 2주 간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임명직 당직자들이 사퇴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옆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국민의힘에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를 두고 “좋은 경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패배는 민심 파악과 당 혁신의 계기로 삼고, 본경기인 총선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쇄신 정도가 약할 경우 패배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전 수석대변인은 17일 SBS 라디오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때) 불리한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당이 공천을 한 이상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자체도 당이 하나되는 모습으로 다가올 중요한 4월 총선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변인은 “과거 (2002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히딩크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는데, 그 전엔 ‘5 대 0’이라고 조롱을 많이 당하면서 교체론까지 나온 적도 있다”며 “결국은 내년 4월 총선에 모든 것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패배는) 거기에 반면교사로 삼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분들마저 이 지도부가 마냥 물러나게 됐을 때 대안이 무엇이냐는 데 대해선 아무도 딱히 대답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는 정치 생명을 걸고 총선 승리를 위한 쇄신 방향을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호소했다”며 “그런 비장한 각오와 결의가 당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결심을 일으켰던 것 같다”고 했다.

친윤석열(친윤)계가 주축이 돼 김 대표 지도체제 유지를 옹호하는 모습이다. 장 최고위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의원총회 때 등장했던 ‘수직적 당정관계’ 우려에 대해서도 “‘수직에서 수평으로’라는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동안 물밑 소통을 많이 하던 걸 이제 역동적인 소통으로 바꿔서 (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전·현직 지도부 인사 가운데 이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건 김병민 최고위원 정도이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당 정비 작업이 일단락됐다고 자평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아직 가야 될 길이 멀고도 멀다”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험지인 서울 광진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비윤석열(비윤)계에서는 당 혁신 수준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 대표는 그대로 둔 채 임명직 당직자만 바꾸는 것은 제대로 된 혁신이 아니라는 취지다.

유승민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기현 본인을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맞다. ‘사즉생’(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라며 “김 대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 함경우 조직부총장 등 인선에 대해서도 “선거 때는 사무총장과 부총장이 용산의 오더를 받든 대표의 오더를 받든 공천 실무 작업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그분들은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100% 그대로 할 사람들인데, (이전과) 뭐가 바뀐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김기현 2기’ 체제가 길어야 2주 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2주 내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할 것이고 “대전환 이슈가 나오지 않는 한 (김 대표 체제는) 못 버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언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보약이 된다’는 얘기는 참패한 것을 성찰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성하고 문제가 있는 것을 고쳤을 때, 개혁을 했을 때에 그렇다는 것이지,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약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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