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포털 대화방…'나는 솔로' 시청자들은 어디로 갔나

정한별 2023. 10.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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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 한 메신저 앱의 '나는 솔로' 관련 오픈 채팅방에는 채팅이 쉼 없이 올라온다.

과거 한 포털 사이트에는 '나는 솔로'의 실시간 대화방이 있었는데 이 공간이 폐지된 후 애청자, 악플러들이 오픈 채팅방으로 이동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나는 솔로' 실시간 대화방이 사라진 이유가 출연자 보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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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문제로 폐쇄된 포털 속 '나는 솔로' 실시간 대화방
메신저앱 오픈 채팅방에 모인 시청자들
'나는 솔로'는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솔로 나라를 찾은 남녀들은 데이트를 즐기며 자신의 짝이 돼 줄 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NA, SBS플러스 제공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 한 메신저 앱의 '나는 솔로' 관련 오픈 채팅방에는 채팅이 쉼 없이 올라온다. 이곳에 모인 익명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며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눈다. 출연자의 외모에 감탄하기도, 솔로 남녀의 배려심 없는 행동을 지적하기도 한다.

SBS플러스와 ENA의 '나는 솔로'는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솔로 나라를 찾은 남녀들은 데이트를 즐기며 자신의 짝이 돼 줄 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른 아침부터 잠에 드는 순간까지 함께하는 만큼 출연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에도 깊은 친분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상대의 언행에 분노하는 남녀도 등장한다.

메신저 앱 오픈 채팅방에는 '나는 솔로' 속 남녀의 외모나 행동을 평가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출연자와 닮은 꼴인 연예인을 언급하거나 이들과 관련해 알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솔로 남녀를 향한 칭찬글, 혹은 이어질 내용에 대한 추측글들이 대부분이지만 비하글도 적지 않다. 과거 한 포털 사이트에는 '나는 솔로'의 실시간 대화방이 있었는데 이 공간이 폐지된 후 애청자, 악플러들이 오픈 채팅방으로 이동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나는 솔로' 실시간 대화방이 사라진 이유가 출연자 보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나는 솔로'가 처음에는 대화방이 있었지만 닫혔다. 출연자들을 욕하는 명예훼손성 글이 너무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돌싱글즈' '고딩엄빠'처럼 비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실시간 대화방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출연자들의 스트레스가 큰 만큼 이들의 보호를 위한 제작진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나는 솔로' 애청자들은 매신저 오픈 채팅방을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왔다. '나는 솔로' 포스터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대화방이 사라진 가운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메신저 오픈 채팅방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시청자의 욕구를 보여준다. 왜 시청자들은 이러한 대화방의 매력에 빠졌을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시청자들끼리 TV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하는 게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가능해진 상황이다. 대화방을 이용하면 다른 시청자들과 공감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향한 팬심을 나누며 더욱 풍성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몰입도와 흥미도가 모두 상승하는 거다. 순간적으로 놓치거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들과 관련해 서로 설명해 주면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들과의 대화방이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대화방이 사라진 뒤에도 악성 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물론 포털 사이트 실시간 대화방을 없앤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채널 하나를 폐쇄해 악플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제작진이 악성 글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며 악플러들에게 가벼운 경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측에서 악플을 완전히 막긴 어렵다. 제작진이 오픈 채팅방을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의 모든 글을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연자들을 더욱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계속 강구돼야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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