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따러 갔다 숨진 채 발견…전국 곳곳에서 산악사고 급증
지난 15일 오전 10시59분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한 야산 계곡. 실종자 수색에 나선 청송읍 의용소방대원이 숨져 있던 7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전날 송이버섯 채취를 위해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그의 가방에는 조난에 대비한 여벌의 옷이나 랜턴 등 안전장비 대신 자연산 송이버섯 몇 개가 들어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목 등에 나무에 긁힌 상처가 있어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을철 임산물 채취 시기를 맞아 버섯이나 밤 등을 따러 산에 오른 등산객들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 의성경찰서는 지난 16일 의성군 한 야산에서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70대 여성 B씨가 의식을 회복했다고 17일 밝혔다.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인근 야산으로 송이를 캐러 갔다가 실종됐다. 평소 허리질환이 있었던 B씨는 산에서 미끄러져 다친 뒤 추위를 견디며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의 절반(58.6%) 이상이 9월과 10월에 집중됐다. 산악사고 99건 중 56건이 이 기간에 발생한 것이다.
사고 유형은 조난 및 행방불명이 38건(67.9%), 실족·추락 12건(21.4%), 기타 6건(10.7%) 등이다. 경북소방 관계자는 “조난·실족 등의 사고는 등산 중 해가 질 때까지 임산물을 채취하다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을철에 산악사고에 빈발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소방청 통계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전국 산악사고 구조건수는 총 3만3022건이다. 이 중 9~10월 발생한 출동 건수가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버섯 등 임산물 채취를 하다 다치거나 숨진 사례도 해마다 평균 44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전북 무주군 용포리 한 야산에서는 지난 4일 버섯을 따던 60대 C씨가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C씨는 지인과 함께 대전에서 무주로 등산 겸 버섯채취를 하러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에서는 지난달 3일부터 일주일 사이 2명이 버섯을 채취하러 산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었다. 같은달 11일 충북 영동군의 한 야산 중턱에서도 버섯을 따고 하산하던 60대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소방당국은 산악사고의 경우 구조대상자 위치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산 지형 특성상 휴대전화로 걸려온 신고는 신고자 위치가 다소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서다. 등산로에 설치된 산악 위치표시판 등 지형지물을 잘 확인해야 신속한 구조에 도움이 된다.
소방 관계자는 “일몰 1~2시간 전에는 반드시 하산하고 조난에 대비해 여벌의 옷과 랜턴, 보조 배터리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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