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프라 낙제점 충북'…의대 정원 확대 환영속 비판론도

천경환 2023. 10.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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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충북에서 이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채용 공고를 내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을 정도로 지역은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공의료 확대 차원에서 지역 의대 정원 확대는 옳은 방향이며 지역 의사제와 같은 시스템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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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태부족, 공급 늘리는 것이 먼저"…"의료 수가 현실화 등 근본 해결책 찾아야"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정부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충북에서 이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 인력 부족으로 대학병원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지역 의료 체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숫자만 늘리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필수 의료 강화와 같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파격 확대 예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의사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지역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립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충북은 지역별 의료 격차를 보여주는 각종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충북의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는 46.41명으로 전국에서 5번째로 많았다.

입원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한 사망비는 충북(1.14)이 대구와 공동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사망비가 1이면 전국 평균이고, 1을 넘어서면 초과 사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충북 인구 1천명당 의사 수(1.57명)도 전국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며 도내 주요 병원 의사 수는 정원(946명) 대비 182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응급 환자를 위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공공의료기관 청주 의료원은 의사 정원 53명 중 47명만 근무하고 있다.

재활의학과나 호흡기내과는 2년 넘게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과는 의사 수가 부족해 의료원장이 수술 업무에 투입되는 등 상황이 열악하다.

의대 정원 파격 확대 예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충이 지역 의료계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도 관계자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 의료 취약 지역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사나 전공의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 의사제를 추후에 건의하겠지만, 지역에서 공부하는 의사가 많아지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채용 공고를 내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을 정도로 지역은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공의료 확대 차원에서 지역 의대 정원 확대는 옳은 방향이며 지역 의사제와 같은 시스템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도한 정원 확대는 능사가 아니며 지역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홍서 충북 의사협회장은 "필수 의료 영역은 응급 상황이 많고 환자의 생명을 직접 다뤄야 하는 위험 부담도 크다"며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의대 정원 확충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전문의를 배출하는 데까지는 10∼1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며 "인구 감소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의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타지역 의대 중 충북대 의대 정원은 적은 편인데 서울에서 내려온 학생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한 사람에게 업무량이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 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선 환자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역 의료수가를 높여 수도권과 차별성을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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