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못 지켜 죄송…” 5강 탈락에 고개 숙인 KIA 캡틴 [MK인터뷰]

“올 시즌 초반 가을야구를 오래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못 지켜 너무 죄송하다.”

결승타를 치며 KIA 타이거즈의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캡틴’ 김선빈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김선빈은 1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3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전했다.

16일 광주 NC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낸 KIA 김선빈. 사진=김영구 기자

16일 광주 NC전에서 결승타를 쳤음에도 KIA 김선빈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1회말 투수 땅볼로 돌아선 김선빈은 KIA가 0-2로 뒤져있던 4회말부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에릭 페디와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내야 안타를 생산한 것.

직후 페디의 송구 실책이 겹친 틈을 타 그는 쏜살같이 내달렸고, 결국 2루에 안착했다. 기세가 오른 김선빈은 6회말 2사 1루에서도 NC 좌완 불펜 자원 김영규의 11구를 공략해 내야 안타를 생산했다. 두 차례 모두 득점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그의 투쟁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선빈이 가장 크게 빛난 순간은 8회말이었다. 해당 이닝 전까지 0-2로 끌려가던 KIA는 당시 고종욱의 2타점 중전 적시 2루타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그렇게 이어진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선빈은 상대 우완 불펜투수 김시훈의 5구 133km 포크를 통타해 우중간으로 흐르는 1타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KIA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김선빈은 뒤이어 대주자 최정용과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종성적은 4타수 3안타 1타점.

이 같은 김선빈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은 KIA는 이후 이우성의 우중월 1타점 적시 2루타를 보태 소중한 4-2 승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김선빈은 “볼넷 아니면 변화구라 생각해 준비했다. 그 타이밍에 공이 날아와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8회말 결승타를 친 순간에 대해 돌아봤다.

다만 김선빈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이미 KIA의 가을야구가 무산됐기 때문. 부상자들이 연달아 속출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당장 김선빈만 해도 발목 통증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으며, 전반기 막판에는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해 잠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그는 “아쉬운 감이 많이 있다. 올 시즌이 제일 아쉬운 것 같다. 부상 선수들도 많았고, 저도 부상을 당했었다. 그러다 보니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이런 게 반복됐다. 좀 많이 아쉬운 시즌인 것 같다”며 “(8월 24일 KT위즈전부터 9월 6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진행됐던) 9연승이 끝나고 나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을 때 올라갔으면 가을야구에 더 가깝게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시즌 정규리그에서 70승 1무 73패를 기록한 KIA는 5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4위 KT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패하며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김선빈은 “작년에 가을야구를 짧게 했다. 올해 시즌 초반 가을야구를 오래 하겠다고 팬들에게 약속을 드렸는데 못 지켜 드려 너무 죄송스럽다. 가을야구를 못 가서 너무 죄송스럽다”고 거듭 팬들에게 사과했다.

[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