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공동묘지'로 쫓겨난 주민들.. "국가 자행 인권 유린" 폭로

(1968년 전북 김제 금동마을 일대 항공사진. 빨간 점은 주민 이주 전 민가. 사진제공: 전북노컷뉴스)

정부가 화전민을 이주시킨다며 주민들을 공동묘지로 강제로 이주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국회 이원택(더불어민주당 김제 부안) 의원은 16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47년 전 행해진 전북 김제 금동마을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공론화했습니다.

1976년 3월 전북 김제 금산면 금동마을 주민 120여 명이 화전민으로 몰려 김제 성덕면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 당했다는 겁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1970년대 산림청은 산림의 황폐화를 막겠다며 ‘화전정리법’에 의거해 화전민을 강제 이주 시켰고, 당시 금동마을 주민들도 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금동마을 주민들은 100년 넘게 뽕밭을 일구거나 약초를 재배하는 일이 주업이었고, 산에 불을 내 밭을 경작하는 화전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당시 김제군은 경사도 30도 이상이고 도립공원인 금산사 경관 저해 이유 등을 들어 철거 계고장을 잇달아 보낸 뒤 트럭과 예비군 등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들을 강제이주 시킨 곳은 원래 마을에서 2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김제시 성덕면 공동묘지.

당시 주민들이 마주한 공동묘지에는 3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강제 이주 당한 김제 성덕면 공동묘지. 푸른색 원 깨알처럼 보이는 것이 묘지들. 사진제공 : 전북노컷뉴스)
 

이 의원은 생존 주민들이 “공동묘지 무덤 사이 빈 공간에 가마니 등을 이용해 움막을 짓고 추위, 더위와 싸웠고 식량 사정도 여의치 않아 어떤 때는 구걸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고 증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강제 이주 당시 약속한 대토 지원이나 보상 약속도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 의원은 “살아있는 주민들을 죽은 자들의 공동묘지로 내몰고, 보상 약속도 지키지 않은 권위주의 시절 국가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보상대책이 필요하다.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들의 억울하고 한 맺힌 삶을 치유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1976년 당시 김제 성덕면 공동묘지로 내몰린 120여명 주민 가운데 현재 20명이 김제 성덕면 대목리 개미마을에 거주하며 정부차원의 실효적인 대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