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법사위 '박정훈 외압 의혹' 공방…민주 '채상병 특검법' 부각
"특검은 野 정치공세"…이준석, 朴 옹호하며 눈물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16일 국정감사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고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등의 외압 가능성을 주장하며 '채상병 특검법'의 필요성을 부각한 반면, 국민의힘과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박 전 단장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특검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당은 현재 야권이 주도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 의사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여권 일각에서 박 전 단장과 특검법을 옹호하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尹 격노 여부' 쟁점…신원식 "진술 믿을 수 없다"
앞서 박정훈 전 단장은 '해병대 1사단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에서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를 거부하고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 군검찰은 박 전 단장을 '항명' 혐의로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군사법원은 지난 9월 이를 기각했다.
박 전 단장 측은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지난 7월 31일 윤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등의 회의 이후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으며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정의당 등과 협력해 채상병 사망사고와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신원식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정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은 'VIP-안보실-장관-피혐의자 빼라'는 필기가 적힌 해병대 수사단 작성 문건을 거론하며 "문건에 'BH(대통령실)' 문구가 적시(인쇄)돼 있는 상황에서 VIP를 따로 언급(필기)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수사 외압 가능성을 주장했다. 같은당 김의겸 의원은 "(박 전 단장의) 항명 사건은 8월 2일 발생했는데 수사단 작성 문건(VIP 필기 문건)은 7월 31일자다. 박 전 단장이 미리 항명이라도 예견한 것이냐"며 외압 의혹을 부각했다.
신 장관은 이에 '박 전 단장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워 야당의 공세를 방어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박 전 단장의 증언,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언행을 사실로 단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박 전 단장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하는 답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정당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애초에 '수사 외압'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유상범 의원은 "수사 외압은 중요 사실관계를 빠트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관계는 모두 (경찰에) 이첩됐다"며 "단지 이첩 보류를 했다는 것만으로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주장은 그만둬야 한다. 선동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도 "수사기관의 기본 역할은 자료를 수집해 넘기는 것이다. (이첩 이후)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도 전에 법률적 평가(업무상 과실치사)를 해 넘기려고 했다"며 "박 전 단장이 상관의 지시에도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군의 명예가 땅으로 실추됐다"고 강조했다. 신 장관은 "현재 (경찰에 의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될 것"이라고 답했다.
신 장관은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필요성 주장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그는 이탄희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시사인)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중 채상병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신뢰한다는 의견이 절반도 안 됐다"며 특검 필요성을 부각하자 "지금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는) 경북경찰청·공수처·군검찰 모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정상적인 군·민간 사법체계에서 사실을 밝혀도 전혀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 '협의 가능성' 언급…전문가 "여지는 있어"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에도 정부·여당을 상대로 특검법 통과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군검찰에 채상병 사건 기록 열람을 9차례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캐면 캘수록 수사 외압의 의혹만 더 짙어지는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더는 특검을 늦출 수 없다. 특검을 통해 반드시 수사 외압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윤석열 정부가 은폐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당을 향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협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채상병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더 좋은 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져오라"며 "언제든 여당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을 아직 원천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우리와의 사전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였고 (외압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로 보고 있다"며 "특검법 관련 야당과의 논의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쨌든 채상병 사고 자체가 안타까운 사고고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여론도 많다"며 "여권도 정말 외압 의혹에서 떳떳하다면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여권에서 채상병 특검법의 통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 전 단장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윤 대통령)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른다"며 "여당 내에서도 박정훈 대령이 채상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소리를 높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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