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운 직장생활] “고물가에 과시형 소비라뇨?”…자기계발과 부업으로 ‘불안 건너는 2030’

권나연 2023. 10. 17. 10: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Z로운 직장생활 ⑸소비보다 ‘나 자신’에 집중하는 젊은층 들여다보기

기성세대와 다르지만, 때로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MZ세대의 직장‧경제 생활을 들여다본다. 다섯 번째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흐려지는 세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2030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금요일 저녁에는 와인 마시고, 주말에는 명품쇼핑 한다구요?”

과시형 소비문화를 일컫는 ‘플렉스(flex)’는 2030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젊은층은 ‘고물가시대에 플렉스가 웬 말’이라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일 지출 0원에 도전하는 ‘무지출 챌린지’나 부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자격증 취득이나 어학공부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2030 직장인들도 많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흐려지는 현 세태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불안한 미래에 맞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선 청년들. ‘소비’가 아닌 ‘나 자신’에서 오늘의 행복과 내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앱테크부터 배달 알바‧블로그까지…‘부수입족’ 증가

“혹시 부수입 어떤 걸로 얻으시나요”, “회사에서 부업 허용되나요”, “괜찮은 부업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업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유튜브에는 부업, N잡(job,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것), 직장인 아르바이트 등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또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블로그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문서를 이메일로 공유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에는 정보를 원하는 댓글이 300건 넘게 달렸다.

실제로 2030 직장인 가운데 노력을 통해 추가수입을 얻는 이들이 많다. 소소하게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포인트를 모아 돈으로 환전하는, 이른바 ‘앱테크’부터 직장 두 곳을 다니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이선규(26)씨는 “설문조사에 참여하거나 광고를 시청하고 포인트를 모아서 환전한다”며 “좀 귀찮을 때도 있지만, 모으다 보면 뿌듯함도 커서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 하던 아르바이트를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김모(33)씨는 “주말에 배달 알바로 최소 2만~3만원은 번다”며 “처음에는 월급이 많지 않아서 계속했는데 지금은 집에서 가만히 쉬면 아깝다. 동네 돌아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돈도 벌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기’만 얻으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초보도 가능한 이모티콘 만드는 법’, ‘한번에 승인 난 비결’ 등을 공유한 유튜브 영상 대다수는 10만건 내외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그림 좀 그린다’하는 사람들도 대중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대를 졸업한 디자이너 정모(29)씨는 “월 수천만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작가들이 있다기에 도전했는데, 제출한 10건 모두 떨어졌다”며 “왠지 ‘비주류 감성’만 확인하는 것 같아 패배감만 맛보고 있지만 또 그릴 것”이라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부업을 장려하는 회사도 있다. 서보모터 등을 제조‧판매‧유통하는 A사는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부업을 권장하며 ‘주 4.5일제 근무’를 시행 중이다.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일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36)은 “대표님께서 ‘능력 있는 직원은 얼마든지 나가서 더 벌어도 된다’는 주의”라며 “덕분에 주말 하루는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취업해도 공부하고 자격증 취득하고…자기계발은 계속

“저 정도는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에요.”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추모(36)씨는 “요즘 사회초년생들은 나보다 더 많이 공부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바리스타 2급을 비롯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컴퓨터활용능력, MOS MASTER, FAT 등의 자격을 취득하고 사진, 디저트‧제과, 회계이론 수업을 수료했다. 추씨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왜 쉬지 않고 공부하는 것일까. 대다수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추씨 역시 “디저트나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두면 혹시나 카페 창업이라도 하게 될 때 유용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다소 흐려진 것도 자기계발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입사 후 은퇴까지 한 회사에 머무르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두차례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휴식, 즉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입사 후 조기에 퇴사하는 사례가 늘면서 ‘퇴사’와 ‘취업준비생’을 조합한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직을 준비하는 2030 세대는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3년차 직장인 임모(31)씨는 “급여나 복지가 괜찮아 당장은 이직 생각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업무나 성과 보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했다.

요가 동작을 선보이는 노다솔 강사

“완벽하지는 않아도 행복하니까”…취미가 직업으로

‘오늘 나는 이런 마음이구나, 나에게 귀 기울인 적이 언제였던가.’

요가강사 노다솔(29)씨는 매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3년간 안정적으로 다닌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둔 것도 이런 이유다. 강사가 된 지는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지났지만, 5년의 꾸준한 요가수련 기간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시작은 취미였다. 처음에는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요가동작 하나를 제대로 소화하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한없이 우울한 감정이 들 때, 매트 위에 오롯이 혼자 있는 것이 좋아 ‘부족함을 확인하는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요가를 직업으로 선택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직장도 잘 다니고 있었고 ‘취미를 직업으로 하면 좋아하는 일이 사라져 힘들다’는 얘기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수업시간표를 짜는 것까지 혼자서 해야 했다. 직장인은 몸 담고 있는 기업이 만든 틀 안에서 움직이기에 어느 정도 ‘미래’가 눈에 그려지지만, 프리랜서 요가강사에게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노씨는 안정을 포기하고 선택한 강사생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니 일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없고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50대 주부가 수업을 등록해, 솔직히 금방 관둘 줄 알았는데 7개월째 꾸준히 나오고 계시다”며 “비록 동작을 제대로 따라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노씨는 “강사인 저조차도 어떤 동작이 참 안될 때도 있고, 남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신체적 능력에 실망감을 느낄 때도 있다”며 “하지만 매트 위에 계속 오르다 보니 조금이나마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감이 영원한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는 아직 완벽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은 ‘초보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따라 걸을 작은 오솔길을 만들고 있다. 문득 걱정이 앞서는 어느 날에는 요가동작에 실패했을 때처럼 마음을 다잡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성하지 않아도 돼. 모두 과정인 거지, 이것도 좋아!”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