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항상 옳다" "밥이 왜 이러냐".. 제주관광업 노동실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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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을 만 원을 내고선 왜 밥이 이 모양이냐, 이런 식으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았었죠...'손님은 항상 옳다'고 교육을 받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든지 손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방(객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다른 친구 한 명을 불러다가 같이 술을 먹고 있어서, 같이 쓰는 숙소니까 안 된다고 했더니, 왜 술을 못 먹게 하느냐...(중략)...결국은 돈을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줬죠.""성수기라고 항공료 막 올라가고 렌트카 비용이 평소보다 몇 배씩 뛰고, 결국은 공멸하는 길 아닌가. 일본 가는 게 훨씬 싸다. 굳이 여기(제주) 올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요? 제재 내지는 권고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영세관광사업체 근로자 416명의 노동실태를 분석한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성별 노동실태와 정책 방안'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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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물론 고객 관계 갈등, 폭언에 노출돼
"딸처럼 생각해서 그런가보다" 감정노동까지도
"성수기 때 확 뛰는 요금, 공멸하는 길.. 제재해야"
제주여가원 "직무스트레스, 폭언 노출 경계 수준"
“점심값을 만 원을 내고선 왜 밥이 이 모양이냐, 이런 식으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았었죠...‘손님은 항상 옳다’고 교육을 받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든지 손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
“방(객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다른 친구 한 명을 불러다가 같이 술을 먹고 있어서, 같이 쓰는 숙소니까 안 된다고 했더니, 왜 술을 못 먹게 하느냐...(중략)...결국은 돈을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줬죠.”
“성수기라고 항공료 막 올라가고 렌트카 비용이 평소보다 몇 배씩 뛰고, 결국은 공멸하는 길 아닌가. 일본 가는 게 훨씬 싸다. 굳이 여기(제주) 올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요? 제재 내지는 권고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 영세관광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얘깁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관광객을 상대하며 감정노동을 하고 적잖은 폭언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영세관광사업체 근로자 416명의 노동실태를 분석한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의 성별 노동실태와 정책 방안’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영세관광업체 근로자들이 경험한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폭력 경험 등의 노동실태 증언과 정책 대안이 담겼습니다.
조사 결과 영세관광사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폭력 경험은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자신의 일에 대한 자율성이 제한된 데 따른 스트레스, 고객과의 갈등이 남녀 모두 표준 점수 상위 50% 수준의 경계 상태였습니다.
“손님은 항상 옳다는 교육을 받다 보니 손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숙소에서 술, 담배를 못하게 했더니 결국 돈을 줘야했다”는 등 증언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영세관광업체 근로자들은 감정노동 경험을 한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여성가족연구원이 진행한 심층면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근로자들은 “아, 딸 같아서 그런 거구나라고 생각했다”거나 “감정 관리도 자기 관리이기 때문에 민원을 들으면서 돈으로 환산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폭력경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고객이나 직장 내의 정신적·성적 폭력과 신체적 폭행 경험 모두 위험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근로자는 “‘김치와 여자는 뭐 짝짝 찢어 먹어야 맛있죠?’ 이러면서 노골적으로 ‘여자와 상추는 싸 먹어야 맛있죠?’ 이런 얘기할 때는 말대꾸를 안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관광 일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구조적인 문제, 정책적 대안의 부재도 지적했습니다. 업종 특성상 휴식, 휴가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수기면 몇 배씩 뛰는 비용은 결국 공멸하는 길 아닌가. 일본가는 게 훨씬 싸다. 이런 부분에 제재, 권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한쪽이 조금 신경 쓰면 한쪽이 깨지는, 집을 신경 쓰면 회사가 깨지고 이게 지금 요즘 이것 때문에 딜레마가 생겼다”
보고서에서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영세관광사업체의 영세성 가속 방지 △영세관광사업체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 △영세관광사업체 종사자 보호 체계 강화 △기후위기 대비 제주 관광산업 대응체계 구축 필요 등이 제시됐습니다.
문순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은“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사업체의 영세성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본 보고서가 제주지역 영세관광사업체 종사자와 사업주의 상생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 (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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