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의자 확 눕힌 ‘민폐녀’ 소동…그렇게까지 젖히면 몸 영향은?
고속버스 좌석 등받이를 최대한 눕힌 젊은 여성의 민폐 태도가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계정에는 '고속버스 민폐녀'라는 제목의 3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온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영상 속 20대로 추정되는 여성 승객은 고속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힌 채 누워 있었다. 이 여성의 바로 뒤에 앉은 남성은 공간이 좁아 한쪽 다리를 통로 쪽으로 빼고 앉았다. 뒤에 탄 남성 불편을 호소한대도 아랑곳하지 않자, 급기야 버스 기사가 '등받이를 조금만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여성은 "뭐가 문제냐"고 따졌고 그 태도를 지적하는 할머니 승객을 향해서는 반말과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에 버스 기사가 여성 승객을 향해 "뒤에 손님이 불편해하시고, 누워서 가는 리무진 버스가 아니니 조금만 의자를 올려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하지만 여성 승객은 "뒷사람 불편하다고 제가 불편할 수는 없다"며 "이만큼 숙이라고 (의자를) 만든 건데 뭐가 문제냐"고 거절했다.
버스 기사는 재차 차분한 목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니깐 양해를 구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누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하지만 여성 승객은 "거절하는 것도 제 의사"라며 "제가 그걸 꼭 들어야 하느냐"고 답했다. 버스 기사는 연신 "(뒷자리) 어르신이 불편하시니까, 완전히 의자를 펴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올려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고 그제야 여성 승객은 등받이를 조금 올렸다.
이를 지켜보던 한 할머니 승객은 여성을 향해 "이게 침대냐? 안방이냐"며 지적했다. 그러자 이 여성 승객은 "그렇게 불편하면 차를 끌고 가라"며 "너나 잘해"라고 반말로 답했다. 할머니 승객이 "어느 정도껏 해야지"라고 말하자 여성 승객은 "애초에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어쩌라고"라며 짜증을 냈다.
애초에 뒤로 젖히게 만들었어도...뒷사람 있다면 배려 필요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어도, 좌석을 최대한 젖히는 것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사연에서 민폐 승객의 매너 없는 행동이 문제이긴 하지만,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 등 장거리 교통수단에서의 등받이와 관련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등받이를 젖히는 게 승객에게 주어진 일종의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일각에서는 뒷사람의 불편함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좌석 등받이를 어느 정도까지 젖힐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버스 제조사의 좌석 간 거리와 등받이 각도는 자동차 및 자동자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다. 승합‧화물‧특수자동차의 경우 앞좌석 등받이 뒷면과 뒷좌석 등받이 앞면 간의 거리가 65㎝ 이상이어야 한다. 이 밖에 등받이 각도에 관해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논란이 된 자세처럼 확 젖히면...오히려 위험성 커
장거리 여행을 위해 기차, 비행기, 버스 등 탔을 때 좌석의 등받이는 어느 각도가 신체에 가장 무리를 주지 않은 올바른 각도일까? 사람마다 체형과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각도는 없다. 하지만 위 고속버스 민폐 승객처럼 뒤로 확 젖히는 경우 오히려 건강과 안전에 위험하다.
좌석 등받이를 지나치게 눕히면 신체 상해 위험도가 높아진다. 인체모형을 사용한 차량을 56km/h 속도로 고정벽에 전폭 정면충돌 시험 결과, 운전자 동반석의 등받이를 각도 38°로 과도하게 기울였을 때 신체 부위에 미치는 충격량 등 상해값은 등받이 각도 5°의 정상 착석 자세에 비해 머리·목·무릎 등 거의 모든 부위에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인 충격량의 크기는 머리상해는 3.4배, 목은 2.7배, 가슴은 0.6배, 무릎 골반은 2.5배, 정강이는 2.1배 등으로 나타났다.
충돌 시험으로 측정된 상해값을 바탕으로 상해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등받이를 과도하게 기울인 자세는 정상 착석 자세에 비해 목(경부) 상해 위험이 50.0배, 뇌 손상·두개골 골절 위험도 각각 26.7배 16.0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소비자원과 보험개발원이 공동으로 2022년에 승용차량 충돌시험 결과를 발표한 내용으로, 승용차 좌석에 대한 것이지만, 뒤로 젖힌 등받이 각도의 영향은 인체에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등받이를 과도하게 기울인 상태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탑승자의 하체가 안전벨트 밑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서브마린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서브마린 현상이 발생할 경우, 안전벨트가 탑승자의 골반을 지지하지 못하고 복부와 목을 압박해 내부장기와 목에 심각한 상해를 일으킨다.
등받이 21도 각도...버스 진동 영향 최소화하고 인체 안정적
실제로 인도 찬디가르 대학 기계공학부 아카시 바티아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매터리얼스투데이:프로시딩(matarialstoday : proceedings)에 2022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이 인체 3D 캐드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좌석 등받이 21° 각도였을 때 인체에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키나 몸무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등받이 각도 21°는 버스의 소음과 진동에 의한 흔들림과 진동 전송성을 최소화 시키는 각도였다. 오랜 시간 버스 진동에 노출되면 척추 손상, 두통, 조직 손상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여행 중이나 진동에 오랜 시간 노출될 때 인체에 이 영향을 가장 최소화하는 각도를 찾은 결과였다.
비행기에서 의자 뒤로 젖히면 오히려 목 피로 증가...베개 이용 권장
항공기의 경우, 이코노미석 좌석 등받이는 일반적으로 두 각도, 90°와 110° 사이로 조정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잠을 잘 때 110°-120°의 등받이 각도가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서 등 근육을 이완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기울어진 등받이에서 잠을 자도, 깨어나면 목에 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2021년 국제 산업인체공학저널에 발표된 중국 산시성 북서 공과 대학 기계공학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17명을 대상으로 비행기 등받이 각도가 머리와 목의 회전 및 목 근육의 피로도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했다. 결과적으로, 뒤로 기울어진 등받이(110°)는 수직 등받이보다 머리와 목의 회전 및 목 근육의 피로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대상자의 머리가 등받이 상단 위로 더 높게 확장될수록 머리와 목의 회전이 더 복잡해지고 근육의 뻣뻣함도 더 심해졌다. 앉아서 머리 지지대 없이 잠을 잘 때, 승객들은 수직 등받이보다 뒤로 기울어진 등받이로 목 근육 피로를 더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머리와 목을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목베개 사용이 권장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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