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가 무사해야 하는데···국내 에이스 없는 NC의 살얼음 가시밭 가을길
최강의 외국인 투수를 보유한 NC가 국내 에이스 없는 피로감을 가을야구 시작도 하기 전 체감하고 있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16일 KIA전을 앞두고 “17일 선발은 신민혁으로 준비했지만 오늘 우리 결과와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NC는 이날 KIA전에 에릭 페디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 22일에 1차전을 시작하는 터라 페디부터 선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지만, 4위가 되면 당장 19일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해 페디는 가을야구 초반에 등판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최고의 필승카드를 이날 기용한 것은 3위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중대한 경기에서 악재가 겹쳤다. 페디가 5.2이닝만 던진 채 타구에 맞아 물러났고, 타선은 1회초 뽑은 2점 이후 득점하지 못하더니 결국 8회말 불펜에서 역전을 허용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페디 카드를 써버리고 경기도 졌다. 17일 선발의 몫이 커졌다.
NC가 17일 선발에 여지를 뒀던 것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갈 경우 2차전까지도 대비를 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국내 에이스가 없다보니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를 가을야구 첫 경기에 배정할 수밖에 없고, 2차전까지 치러야 하게 된다면 결국 국내 투수 중 가장 믿을만한 투수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NC는 올해 국내 에이스 없이 시즌을 치렀다. 10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는 신민혁(117이닝·5승)과 송명기(104.1이닝·4승)밖에 없다. 둘이 주축이 됐으나 합쳐서 10승도 채우지 못했고 이재학(5승), 최성영(5승), 이용준(3승) 등이 돌아가며 선발로 등판해 마운드 살림을 끌어왔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도 국내 선발 중 최선의 선택은 신민혁인데 16일 KIA전이 완전히 꼬여 역전패 하면서 NC는 반드시 이겨야 하게 된 17일 KIA전에 신민혁을 선발로 내놨다.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되더라도 페디가 사흘 쉬고 던지지 않는 한 최상의 카드는 내기 어려워졌다.
잘 던지는 외국인 투수 둘이 있으니 확실한 국내 1선발 한 명만 있어도 하지 않을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구창모의 공백 때문이다. 국가대표 에이스 후계자로까지 기대받으며 단연 NC의 국내 1선발로 꼽히고 최대 7년 132억원의 다년계약을 한 구창모는 올해도 거듭된 부상으로 11경기에서 51.2이닝을 던지고 1승(3패)밖에 하지 못했다. 구창모가 9월에 복귀해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희망을 얻었던 NC는 구창모가 다시 다쳐 이탈하자 분위기가 무너져 그 직후 6연패를 포함해 6승9패의 어려운 승부를 했다.
NC는 올시즌 사실상 구창모 없이도 페디의 압도적인 활약, 젊은 투수들의 십시일반, 밀리지 않는 타선의 힘에 감독의 운영을 앞세워 거의 시즌 내내 5강을 지켰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예상밖에 시즌 최종전까지 순위를 다투면서 할지 안 할지 모를 경기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내일이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NC는 마운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페디의 부상까지 더해졌다. 16일 KIA전에서 타구에 팔뚝을 맞은 페디는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진단받았으나 당시 후속 수비를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며칠간 상태를 봐야 한다. NC가 준플레이오프를 계산하더라도 올시즌을 지탱해준 페디가 없는 마운드는 상상불가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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