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배만 불렸다…‘5G’ 미달에 ICT 발전기금 축소됐는데 ‘왜’
ICT 분야 발전기금 13.5%↓
“품질 비해 통신비 부담 가중”
1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도 ICT 분야 기금 운용 규모는 2조6324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13.5%, 4111억원 감소한 것이다.
ICT 분야 발전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으로 구성된다. 이 기금들은 방송통신·정보통신 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된다.
기금의 재원은 통신3사가 부담하는 주파수 할당대가 등이다. 통신3사는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대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대가의 25%를 곧바로 납부하고 이듬해부터 이용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매년 균등하게 분할 납부하는 구조다.
할당대가 중 45%는 방발기금으로, 55%는 정진기금으로 활용된다. 국가자원을 활용해 돈을 버는 만큼 수익 중 일부를 공익적 목적으로 환원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통신3사는 2018년 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약속한 망 투자에 소홀했다. 2021년 안에 28㎓ 장비 1만5000대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이행 실적은 통신3사 모두 10% 수준에 그쳤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활용하려면 28㎓ 대역이 필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3사에 할당했던 28㎓ 주파수를 회수했다. 이 때문에 ICT 발전기금 운용 규모도 줄었다. 통신3사가 올해 28㎓ 주파수를 재할당받았다면 할당대가 총액 중 일시 납부하게 될 25%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28㎓ 할당 취소로 지난해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려던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2019년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통신3사가 28㎓ 구축을 포기하면서 초고주파 대역 공급 완료 국가에서도 제외됐다.
5G 고주파 대역 공급이 완료된 국가는 미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대만, 싱가포르, 태국, 러시아, 그리스, UAE, 인도, 스페인, 이스라엘, 우루과이, 덴마크, 칠레,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등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키어니가 5G를 상용화한 33개국을 대상으로 ‘5G 준비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6월 기준 6위에 머물렀다.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 뒤를 이었다.
예정처는 “5G 가입자는 증가하지만 서비스 품질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5G 요금제로 인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이 가중됐다”고 꼬집었다.
5G는 이론상 4G보다 최대 전송속도가 20배 더 빠르다. 그러나 실제 5G 최대 전송속도는 4G보다 4.1배 빠른 수준에 그쳤다.
5G 가입자는 지난 8월 기준 3150만8059명으로 집계됐다. 5G가 처음 상용화된 2019년(466만8154명)보다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은 7.4% 증가한 12만9379원을 기록했다.
예정처는 “지난 5일 기준 특정 연령층(어린이·청소년·시니어 등) 대상 요금제를 제외한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월 3만4000~13만원 구간”이라며 “월 2만2000~10만5000원 구간의 LTE 요금제보다 1.23~1.53배 높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5G 상용화 이후 통신3사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3사 영업이익은 2019년 2조9455억원에서 지난해 4조3835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2020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8조2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통신3사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3.9%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2.2%다.
예정처는 “통신3사는 28㎓ 의무구축 미이행에 따라 장치 구축 비용 절감 효과와 서비스 품질 대비 비싼 요금제를 통해 이익을 확대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28㎓ 할당 취소·재할당 포기에 따라 재할당 시 납부의무가 부여되는 주파수 할당대가와 장치 구축 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신3사는 앞서 28㎓ 주파수 할당 취소 당시 처분 내용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통신3사가 28㎓ 대역을 포기하면서 ICT 발전기금 수입도 5년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금운용계획 대비 수입 규모가 약 7500억원 감소했고 기금 지출 충당을 위해 여유자금을 회수할 뿐 아니라 우체국 보험적립금으로부터 신규 차입을 예정하고 있다.
예정처는 “통신3사의 28㎓ 대역 포기는 고주파 대역 활용 서비스·장비 산업 발전 지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28㎓ 주파수 할당 취소는 우리나라에서 5G 고유의 특성을 활용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향후 6G 도입 시 초고주파수 대역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8㎓ 기술과 활용 경험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6G 시대 준비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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