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렇게 타는 배춧잎 따라 함께 애타는 강원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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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밭에 병이 번져 배추 상태가 엉망입니다. 곧 수확해야 하는데 좀처럼 흥이 나질 않네요."
가을배추 수확 철을 코앞에 둔 17일 강원 내륙 가을배추 주산지인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만난 농민 윤모(70)씨는 6천600여㎡(2천여평) 되는 자신의 배추밭을 바라보며 근심했다.
평창 지역에서는 무름병이 발생해 가을배추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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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년째 밭에 병이 번져 배추 상태가 엉망입니다. 곧 수확해야 하는데 좀처럼 흥이 나질 않네요."
가을배추 수확 철을 코앞에 둔 17일 강원 내륙 가을배추 주산지인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만난 농민 윤모(70)씨는 6천600여㎡(2천여평) 되는 자신의 배추밭을 바라보며 근심했다.
멀리서 바라봤을 땐 푸른 배추가 햇볕을 받으며 잘 자란 듯했지만, 가까이서 보자 상황이 달랐다.
잎끝이 불에 탄 듯 갈색으로 변한 배추가 지천이었다.
배추 세균병의 일종인 '갈색줄무늬병'에 감염된 것이다.
서면 지역 배추밭 곳곳을 둘러봤을 때 갈색으로 변한 배추밭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농민은 카메라를 들고 배추밭을 찍는 기자를 보자 "그나마 올해는 사정이 좀 낫다"고 푸념했다.
이곳에서는 배추 세균병이 3년 전부터 유행한 까닭이다.
2021년 가을 서면 일대는 수확을 마친 밭마다 누렇게 타 버려진 배추가 지천이었다.
갈색줄무늬병 등 세균병이 전체 배추밭 150㏊ 중 135㏊(90%)에 창궐해 대부분 작물이 상품성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농민들이 병해 재발을 막고자 여름철 뙤약볕 아래서 방제 작업도 철저히 했지만, 배추밭 140㏊ 중 60㏊에서 다시 병이 발생했다.
올해는 정확한 집계를 하지 않았지만, 앞선 2년과 비교했을 때 피해 규모가 작은 것으로 파악했다.
농협은 볏짚·참나무 껍질 등 유기물과 토양 소독제를 투입한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배추 병해는 춘천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평창 지역에서는 무름병이 발생해 가을배추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영월에서도 무름병이 발생해 밭에 쓰러진 배추들이 즐비했고, 홍천에서도 같은 병이 확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을배추는 8월 중순부터 모종을 심고 70여일 뒤 수확한다.
작물이 자라는 시기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면 무름병, 뿌리혹병 등 각종 병해에 걸리기 쉽다.
올해는 강원지역에 이 같은 날씨가 이어져 배추 병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월 평균기온은 춘천 21.9도, 강릉·홍천 21.5도, 영월 21.3도로 평년(18.6∼19.2도)보다 2∼3도가량 높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장마도 일주일 넘게 쏟아져 습도까지 높았다.
배추 병해 발생으로 김장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춘천지역 한 농협 관계자는 "배추 작황을 점검하러 최근 충청도와 경상도 농가를 방문했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았다"며 "올해 김장 배추 가격이 들썩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3천856㏊ 수준으로 평년보다 2.6% 많아 공급량을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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