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진, 뇌섹남 이미지 “배우에 도움되는지 고민”

고희진 기자 2023. 10.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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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의 최종 우승자 하석진. 넷플릭스

배우 하석진(41)이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최종 우승자가 됐다. 지난 1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우승의 의미에 대해 “잘난 척하기 좋은 스펙이 생겼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예능에서 소비되는 지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는 “배우로서는 도움이 되는 건가 방해가 되는 건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더 지니어스> <여고추리반> <대탈출> <소사이어티 게임> 등 추리나 두뇌 플레이를 하는 예능을 주로 만들어 온 정종연 PD가 넷플릭스로 진출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다.

“게임의 ‘무임승차’는 방송 재미 지운 것”

이번 프로그램에서 하석진은 출연자 궤도를 포함한 다수 연합에 대항해 이시원 등과 소수 연합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다. 회차가 진행되며 자신과 함께 플레이를 해 오던 이시원이 탈락했을 때는 “12명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한 명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시원이 탈락한 후 슬퍼하는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이를 멜로처럼 보지만 그는 사실상 “전우애였다”며 “(게임의) 도화선에 불을 붙여준 것은 김동재가 탈락했을 때 15%였다면, 시원씨가 탈락했을 때 70%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게임만큼 화제가 된 것은 하석진과 결승에서 대결을 벌인 과학 유튜버 궤도였다. 궤도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살리며 높은 회차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를 위해 자신 혹은 다른 출연자를 희생해 또 다른 출연자를 구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바이벌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궤도의 공리주의적인 모습이 다른 출연자의 ‘무임승차’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재미 없어지게 했다는 평도 나왔다.

궤도의 능력에 기대 생존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하석진은 방송에서 “이게 ‘데블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궤도는 (게임을) 매일 잘했다. 궤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적은 없다. 제 생각에 궤도는 자신의 승리보다는 여러 명을 살려냈다는 것에 더 가치를 느낀 게 아닌가 싶었다”며 “다만, 궤도에 올라탄 사람들은 콘텐츠를 만들러 온 사람들로서 방송의 재미 요소를 지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뇌섹남 이미지 “백수 역할 안 어울린단 댓글, 고민”
<데블스 플랜>. 넷플릭스

하석진은 2005년 대한항공 CF로 데뷔했다. 이후 준수한 외모로 여러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동했다. 2015년 tvN 예능 프로그램 <뇌섹시대- 문제적 남자>에 출연했다. 한양대 공대 출신으로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해 연예계 대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타이틀을 얻었다. 배우로서 무난한 길을 걸어왔지만, 예능에서의 활약이 더 주목받은 것도 사실이다.

지적인 이미지에 대해선 “예전에 백수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하석진씨가 이런 역할 하니까 안 어울리긴 하네요’라는 댓글을 봤다. 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제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역할 좀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지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선역이건 악역이건 두뇌를 많이 쓰는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얘 <데블스 플랜> 우승한 애잖아’ 그러면 배역에 신뢰감을 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신뢰감을 쌓았다는 건 기본적으로 고마운 소득”이라고 말했다.

상금 2억5000만원의 우승자로서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컨트롤을 잘하라, 긍정적인 것만 말하고 부정적인 건 최대한 감춰라. 남 욕하지 마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게임을 풀어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드러낸 프로그램을 겪은 이의 말이었다. 그는 “의도한 연기로는 발견하지 못한 내 표정과 몸짓을 이번에 봤다”며 “거대한 관찰 영상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란 인간의 교보재가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나, 내 마흔 살의 기록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데블스 플랜>에서 궤도와 최종 대결을 벌이고 있는 하석진. 넷플릭스 제공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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