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오는게 행복하지 않았다"…'5년 60억' 계약 후 극심했던 부진, 마음고생 심했던 한유섬의 부활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야구장 나오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SSG 랜더스 한유섬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이 3위로 복귀하는데 선봉장에 섰다.
1승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 중요한 경기였다. 남은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3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고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지, 5위까지 떨어져 1패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치르게 될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까닭이었다.
SSG와 두산은 모두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운 가운데 한유섬은 그야말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한유섬은 1회 추신수의 2루타와 박성한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득점권 찬스의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2구째 139km 포크볼을 공략,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팀에 귀중한 선취점을 안겼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SSG는 3회초 선두타자 김민식이 볼넷을 얻어낸 후 추신수의 진루타로 2사 2루의 찬스를 잡았는데, 여기서 한유섬은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한유섬은 알칸타라의 6구째 142km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렸다. 이때 2루 주자 김민식이 홈을 파고들면서 간격은 2-0으로 벌어졌다.
이 두 번의 활약은 승리와 직결됐다. SSG는 5회말 한 점을 내주면서 2-1로 추격을 당했지만, 7회초 한 점을 더 달아났고, 9회말 '마무리' 서진용이 대타 김인태에게 홈런을 허용했으나 근소한 리드를 지켜내면서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리고 3위에 랭크돼 있던 NC 다이노스가 KIA 타이거즈에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SSG는 3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3위 탈환의 선봉장에 선 한유섬은 경기가 끝난 뒤 "역대급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대구(삼성전)에서 아쉽게 지고 쳐질 만도 한데, 중요한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싱긋 웃었다.
SSG는 시즌 중·후반까지 LG 트윈스와 상위권 다툼을 벌여왔던 팀. 하지만 9월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상위권에서 내려오더니,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순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더이상 추락하지 않고, 10월 9승 2패로 반등에 성공한 배경에는 한유섬이 있었다. 사령탑은 그 원동력으로 한유섬을 꼽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상대 투수와 타이밍 싸움만 생각을 하고 심플하게 타석에 임하고 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운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좋은 타격을 하기 어려운데, 9월부터 운이 많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유섬은 지난 2021시즌이 끝난 후 SSG와 5년 총액 6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SSG가 KBO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한유섬의 활약은 분명 아쉬웠다. 정규시즌 성적은 135경기에서 21홈런 타율 0.264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190로 허덕였다.
이 좋지 않은 흐름은 올 시즌으로도 연결됐다. 한유섬은 4월 한 달 동안 11안타 타율 0.183, 5월에도 16안타 타율 0.213으로 부진했다. 6월에는 타율 0.135, 7월에도 타율 0.154로 아쉬움이 큰 모습이었다. 하지만 8월부터 조금씩 타격감이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9월 타율 0.431, 10월 타율 0.425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로써 시즌 타율은 0.274를 기록하게 됐지만, 한유섬은 지난 2017년부터 이어온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 6시즌으로 종료될 위기에 처해있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기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는 "올 시즌은 거의 내려놨었다. 전광판을 안 본지 엄청 오래됐다. 최악의 시즌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8월부터 '올해는 안 되는 시즌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하게 임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한유섬은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이고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준비한다면 언젠가는 반등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해왔고, 9월부터는 조금씩 살아나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을 보고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유섬이 반등에 성공한 까닭에 꾸준히 순위 다툼을 벌여나갈 수 있게 된 SSG는 이제 17일 경기만 승리로 장식하라 경우,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게 됐다. 그는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144경기 중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한 경기에기회는 두세 번 온다고 하는데, 내일(17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다. 우리 선수들 잘하고 있고, 똑같이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거뒀던 SSG가 한유섬을 앞세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어떠한 성적을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일단 한유섬의 부활로 큰 고민을 덜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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