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즐겨찾고 김두한 일했던 그곳…119년 노포식당서 화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이문설농탕에서 불이 났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 관계자는 이 식당이 목조 건물이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빌딩 숲 사이로 검은 연기가 솟구칩니다. 불은 어제(16일) 오후 1시 45분쯤 시작됐고, 점심식사를 하던 손님과 직원 등 45명이 대피했습니다. 3시간 반 만에 불길이 잡혔는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음식 조리 과정에서 부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앵커]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인데, 이문설농탕은 1904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고요?
[기자]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손기정 역할을 맡은 배우 하정우와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이 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가 이문설농탕을 즐겨 찾았다고 전해지는데, 영화에서 이를 반영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또,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전 의원이 이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앞서 영화 장면, 하정우 배우가 역시나 음식을 참 맛깔스럽게 먹는다라는 생각도 드네요.
[기자]
그러니까요. 저는 오늘 점심으로 근처 설렁탕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앵커]
오늘 기온도 내려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해졌는데, 특히나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맛있는 국물을 찾게 되기도 하죠.
그렇네요. 그런데 이번에 화재가 난 이문설농탕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라고 했는데 1904년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자리에 있었던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1904년 종로구 공평동에서 문을 열었는데요. 2011년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이문설농탕이라는 이름은 처음에 이문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면서 유래됐습니다.
[앵커]
유서 깊은 식당들이 이렇게 재개발로 인해 자리를 옮기거나 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서울 을지로 대표 노포로 꼽히는 을지면옥은 재개발 사업에 포함돼 3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문을 닫았고요. 42년 된 'OB 베어'는 6번의 강제집행 시도 끝에 철거됐습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 가게였지만 건물주와의 오랜 임대료 갈등을 겪어왔고 끝내 명도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앵커]
오래된 식당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맛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요. 요즘 대세가 된 K푸드처럼 전통의 맛을 갖춘 식당들도 오래오래 장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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