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IT] 블록체인 판례 (5) P2E 게임 게임산업법 위반 판례

김동진 2023. 10. 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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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란 법원이 특정 소송에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내린 판단입니다. 법원은 이 판례를 유사한 종류의 사건을 재판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합니다. IT 분야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속도보다 현저히 빠른 특성을 보여 판례가 비교적 부족합니다. 법조인들이 IT 관련 송사를 까다로워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IT 분야에도 참고할 만한 판례들이 속속 쌓이고 있습니다. IT동아는 법무법인 주원 홍석현 변호사와 함께 주목할 만한 IT 관련 사건과 분쟁 결과를 판례로 살펴보는 [그때 그 IT]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파이브스타즈 사건 판례를 통해 본 P2E 게임의 위법성 (서울행정법원 2023. 1. 13. 선고 2021구합65484 판결 등)

“게임을 하면서 쉽게 돈도 벌 수 있다고?”

놀면서 돈 버는 방법 어디 없을까. 일에 치이고 지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본인 스스로를 속여 가며 고된 일상을 반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한 일(Work)과 소비하며 즐기기 위한 여가시간(Life)을 구분하고 양자 간 균형(Balance)이 맞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2020년 9월경 어느 국내 게임 회사(스카이피플)가 게임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이른바 P2E 게임(Play to Earn Game)을 론칭합니다. 국내 1호 P2E 게임으로 알려진 '파이브스타즈’입니다. 파이브스타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내 아이템(희귀 등급 이상)을 NFT(Non-Fungible Token)로 변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서, NFT란 디지털 파일의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으로써, 개별 토큰마다 인식 값이 상이하기 때문에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토큰을 말합니다. 파이브스타즈 유저는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NFT로 변환해 개인 전자지갑에 소장하거나, 외부 거래소를 통해 다른 사람과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즉, 게임 아이템을 쉽게 환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더해,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게임 요소는 ‘24시간 자동모험 기능’이었습니다. 위 기능을 켜 놓으면 별도 조작 없이도 게임 캐릭터가 24시간 내내 자동사냥을 하며 아이템을 획득하기 때문에 유저는 획득한 아이템을 NFT를 통해 현금화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것(P2E)이 아니라 게임을 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파이브스타즈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을 위반한 게임물이라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취소하고 거부했습니다. 국내에서 게임물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게임산업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데,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파이브스타즈가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이므로, 등급분류를 해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게임물 관리법은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을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8조 제3호), 사행성을 조정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2조 제2항).

게임회사는 게임물 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취소 및 등급분류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게임회사 측은 게임물 관리위원회가 게임 내 일부 콘텐츠에 불과한 ‘24시간 자동모험 기능’에 포커스를 맞춰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NFT화된 아이템은 경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게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다른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가 이뤄졌음을 이유로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게임물 관리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구합65484, 2021구합69899).

파이브스타즈 내에서 유저가 취득하는 NFT 또는 NFT가 내재된 아이템은 대체 가능성, 환가성, 유통 가능성이 존재하는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므로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하며, 법조문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품 이외에 다른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에 더해, 서울행정법원은 게임분야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NFT 내지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와 결합한 게임이 개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법적 성격, 규제 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NFT가 결합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 속하는 게임물의 사행성에 대한 행정기관의 판단재량이 존중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또 다른 P2E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에 대해서도 위와 같이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게임물 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 취소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89398, 89480(병합)).

위 판결들이 그대로 확정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P2E게임을 런칭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게임회사들은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고 해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제한적 허용을 통해 그 가능성과 위험성을 시험하는 한편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기관에서 좁은 길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글 / 홍석현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홍석현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4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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