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KB스타즈로 이적한 김예진, 그녀가 전한 ‘수비 순애보’

손동환 2023. 10. 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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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8월 10일 오후 7시 30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수비의 중요성은 농구에서 크다. 하지만 수비로 자기 가치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 공헌도가 눈에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수비만 집요하게 파고 든 선수가 있다. 수비만 두드려 팬(?) 선수는 FA(자유계약) 시장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주 KB스타즈로 이적한 김예진의 이야기다.

유망주, 프로가 되다
김예진은 2013년 대한민국 여자농구 16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그 다음 해에는 17세 이하 대표팀의 멤버가 됐고, 같은 해에 18세 이하 대표팀 선수로 선정됐다. 엘리트 코스를 어느 정도 밟았다.
유망주로 평가받은 김예진은 201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 나왔다. 그러나 김예진의 이름은 좀처럼 불리지 않았다. 애가 탔다. 프로 무대 앞에서 좌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예진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3라운드 1순위(전체 16순위)로 부천 KEB하나은행(현 부천 하나원큐)에 입단했다. 천신만고 끝에 ‘프로농구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16세 이하 대표팀부터 18세 이하 대표팀까지 선발됐습니다. 그때를 한 번 돌아봐주신다면?
중학교 때만 해도, 슈터라고 하기는 조금 그랬어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김영민 선생님(현 춘천여고 코치)께서 제 포지션을 ‘슈터’로 정해주셨어요. 확실한 강점이 하나 생겨서, 대표팀에 선발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가장 잘하는 플레이는 무엇이었나요?
슛을 그나마 잘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 많이 던진 것 같아요.(웃음) 사실 특별하게 잘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201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늦게 부름을 받았습니다. 3라운드 1순위로 WKBL에 입성했는데요.
호명이 빠르게 된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편했어요. 긴장도 되지 않았고, 서운한 마음도 없었어요.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어요.
김예진 선수를 선발한 팀은 KEB하나은행이었습니다.
다들 각자 가고 싶은 팀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없었어요. 하지만 하나은행으로 간 게 저한테는 좋았어요. 하나은행은 저의 강점을 좋게 봐준 팀이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준 팀이었거든요.

현실
고등학교에서 날고 기었던 유망주들도 프로에서는 쩔쩔 맨다. 많은 유망주들이 한 차원 다른 디테일함과 한 차원 다른 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래서 1순위 신인도 프로 적응을 확신하기 어렵다.
김예진은 그런 신인이 아니었다. 기회를 받기 더 어려웠다. 데뷔 시즌(2016~2017) 11경기 평균 2분 51초 출전에 그쳤고, 두 번째 시즌(2017~2018)에도 12경기 평균 4분 34초 밖에 코트를 밟지 못했다. 현실을 제대로 느꼈다.
그러나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김예진에게 소중했다. 실전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현실을 파악했기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발전의 기반을 그렇게 만들었다.

데뷔 시즌부터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떠셨나요?
가비지 타임에 나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수비보다, 슈팅에 집중했어요. 하나라도 자신 있게 던지려고 했죠. 결과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김예진은 당시 3점슛 성공률 25%를 기록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실감했을 것 같아요.
힘 차이도 컸고, 노련함과 경험의 차이도 그랬어요. 열심히 해도 쉽지 않은 무대라고 생각했죠.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고요.
돌이켜보면,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고무적이었다고 봅니다.
데뷔 초만 해도,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담감이 컸죠. 그런 이유로, 해야 할 일들을 많이 놓쳤어요. 그렇지만 경기 경험이 생기다 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 팀의 사기를 위한 일들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궂은일부터 했던 것 같아요.

점점 많아지는 기회
경험을 쌓은 김예진은 자신의 가치를 조금씩 보여줬다. ‘수비’와 ‘3점슛’이라는 강점을 코트에서 보여줬다. 박스 아웃과 궂은일 등 보이지 않는 공헌도 또한 높였다.
물론,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발목 부상이 김예진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원큐는 김예진을 필요로 했다. 2021~2022시즌에는 경기당 21분 15초를 김예진에게 부여했다. 김예진을 주전급 자원으로 낙점했고, 팀의 미래를 이끌 선수 중 한 명으로 생각했다.

2018~2019시즌에는 25경기에 나섰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때 아마 팀의 7번째 혹은 8번째 멤버로 투입됐던 것 같아요. 제가 코트로 들어갈 때, 감독님과 코치님, 언니들 모두 “자신 있게 해. 공격적으로 하자”고 독려해주셨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부담 없이 뛰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2020년 7월 박신자컵에서 발등을 다쳤습니다. 2020~2021시즌 내내 ‘선수 김예진’을 코트에서 볼 수 없었어요.
부상당하자마자 ‘크게 다쳤다’고 직감했어요. 속이 많이 상했어요. 그리고 재활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팠어요. 보여준 게 많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더 뛰어야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팀에서 저를 기다려줬고, 재활도 잘 시켜줬습니다. 덕분에, 몸을 잘 만들었던 것 같아요.
2021~2022시즌에는 경기당 21분 15초를 코트에 섰습니다.
비시즌 때 “어깨를 수술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기에 어떻게든 뛰려고 했어요. 테이핑도 하고, 보호대도 찼어요. 욕심도 절실함도 컸거든요.
물론, (오른쪽 어깨를 다쳐서) 슈팅하기 쉽지 않았고, 리바운드 할 때도 겁을 냈습니다. 그렇지만 팀에서 그런 점을 배려해주셨어요. 수비만 보고, 저를 뛰게 해주셨죠. 그래서 수비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리그 1위
김예진은 어깨 부상을 고질적으로 안고 있었다. 그러나 2022~2023시즌에는 통증을 어느 정도 떨쳤다. 통증을 극복한 김예진은 높아진 비중을 보여줬다.
김예진은 2022~2023 정규리그 28경기에 나섰다. 경기당 24분 23초를 뛰었고, 평균 4.2점 3.8리바운드 1.9스틸에 1.4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수와 평균 출전 시간, 평균 리바운드와 평균 스틸은 커리어 하이였다.
특히, 스틸은 리그 전체 1위였다. 데뷔 처음으로 시상식에 섰던 이유. 이는 김예진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2022~2023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경기를 꾸준히 나섰기 때문인데요.
몸 관리를 특별하게 한 건 없었어요. 다만, 다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어요. 몸이 재산이라고 느꼈죠. 그래서 보강 운동과 재활 운동에 더 주력했고, 그게 시즌 치르는데 힘이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풀 시즌을 소화한 게 처음이었거든요. 많이 뛰는 언니들이 “힘들다”고 하는 이유도 체감했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매 경기 뛸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도 뛸 수 있었어요.
스틸 1위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득점과 어시스트 등 공격 지표는 보이는 게 많지만, 수비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공헌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스틸 같은 경우, 부지런하게 열심히 뛰어야 따낼 수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이 결과로 나온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웃음)
데뷔 후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느낌이 어떠셨나요?
긴장도 너무 많이 했고, ‘내가 이 상을 받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그렇지만 단상에 올라가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기량 뛰어난 베테랑 언니들과 함께 무대에 선 게, 정말 뿌듯했거든요.

선택
김예진은 2022~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했다. 원 소속 구단과 먼저 협상해야 하는 1차 FA였지만, 1차 FA 또한 김예진의 농구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래서 김예진은 신중했다. 신중을 거듭한 김예진은 도전을 선택했다. 청주 KB스타즈와 계약 기간 3년에 2023~2024 연봉 총액 8천만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는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데뷔 처음으로 FA가 됐습니다. 김예진 선수의 선택은 KB스타즈였습니다.
선택의 기준은 ‘성장’과 ‘출전 기회’였다. 두 가지 기준에 의거해,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팀을 가고 싶었어요. 제 자리가 확실한 팀을 가고 싶었죠. 그래서 제 선택을 의외라고 보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염)윤아 언니나 (강)이슬 언니 등 좋은 언니들이 저랑 같은 포지션에 포진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유리하지 않은 여건에도, KB스타즈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완수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사무국장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모두 “너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채워주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너무 인상 깊더라고요.
물론,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모두 저 한 명에게 모든 걸 쏟을 수 없어요. 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거든요. 대신, 제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끔, 코칭스태프께서 피드백을 해주세요. 그게 제가 원했던 거여서, 너무 좋았어요. 자주 혼나기는 하지만(웃음), 그래도 상관없어요.
KB스타즈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제가 가진 장점 때문에, KB스타즈가 저를 원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비는 무조건 해야 해요. 다만, 수비에 초점이 많이 맞춰진 선수이기에, 이번 시즌에는 공격 기여도를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해요.
청주체육관을 홈 코트로 삼게 됐습니다.
부천실내체육관의 열기도 컸지만, 청주체육관도 너무 기대돼요.(웃음) 스케일도 다르고, 뭔가 꽉차있는 느낌이라서요.
대신, 부천실내체육관을 어웨이 코트로 삼아야 합니다.
어색하고 이상할 것 같아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어웨이 라커룸으로 가야하고, 코트도 반대로 써야 하거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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