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 “공부머리는 하석진, 장동민-홍진호는 승부욕X창의성” [DA:인터뷰②]
앞서 ‘더 지니어스’와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 등 두뇌 게임에 심리전을 결합한 예능들을 성공시킨 정종연 PD. 이밖에 ‘대탈출’과 ‘여고추리반’ 등 다양한 예능을 시리즈화한 그는 지난해 8월, 20년간 몸담았던 CJ ENM을 퇴사했다. 이후 김태호 PD가 이끄는 콘텐츠 제작사 TEO에 합류했고 첫 프로그램으로 ‘데블스 플랜’을 선보였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올해 1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거쳐 지난달 26일(화)부터 10월 10일(화)까지 3주에 걸쳐 공개됐다.
‘데블스 플랜’은 두뇌 서바이벌 전문가 정종연 PD가 연출한 프로그램답게 화려한 스케일과 고퀄리티 게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서바이벌 취지에 어긋나는 일부 플레이어의 공리주의적 태도에 대해 일부 혹평도 존재했다.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 ‘데블스 플랜’은 빛나는 두뇌 플레이를 보여준 배우 하석진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정종연 PD는 이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좀 더 보완한 ‘데블스 플랜’ 시즌2를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하 정종연 PD와의 일문일답.
Q. 곽튜브는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다.
A. ‘이 정도는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적으로 방어적인 분위기다 보니까 예상보다 더 빛났다. 장르가 밝은 친구다. ‘더 지니어스’를 워낙 좋아했다는데 제작진이 준비한 다음 게임도 맞히지 않나. 중요한 변곡점도 많이 만들어냈고. 김동재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곽튜브가 되게 큰 역할을 해서 여러 국어로 욕을 먹고 있다더라(웃음).
Q. 우승자 하석진의 활약도 대단했다. 명대사가 정말 많은데 최고의 명대사를 꼽자면.
A. “잘 만든 게임이었어요. 개인전으로 했으면”. 잘 보면 하석진이 곽튜브 앞에서만 그런 말을 한다. 곽튜브가 다수 연맹의 크랙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곽튜브가 5회에서 하석진을 서포트하지 않나. 그 흐름과 과정이 멋있었다.
초반에는 하석진이 이 게임에 확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무리수를 두지 않는 플레이어였다. 김동재와 의견이 부딪칠 때도 웬만하면 팀 동료의 뜻을 따라주면서도 그 와중에 자기 게임은 잘 하지 않나. 그런데 점점 승부욕이 변하고 변곡점이 생기는 플레이어더라. 김동재가 떨어지고, 피스를 맞추고, 동물원 게임이 엉망이 되는 ‘쓰리 콤보’가 되면서 극적으로 점프한 것 같다. 감옥에 가서는 드라마를 찍었다. 좀 더 각성이 된 상태에서 왔으면 좋았겠지만 제작진이 깔아놓은 것을 하석진이 잘 수거해 준 덕분에 재밌었다.
Q. 감옥에서 블라인드 오목에 승리한 후 울면서 내뱉은 “오목 못 두시네”도 명장면으로 남았다. 제작진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짜릿했을 것 같다.
A. 사실 오버스러워서 뺄까말까 고민했다. 바로 그 전에 연맹이었던 이시원이 떨어져서 우는 건 그럴 듯 했는데 상대 플레이어인 NPC 연기자에게 막말을? 싶었다(웃음). 나는 상황실에서 곧바로 큐사인도 주고 문도 열어야 하니까 흥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제작진이 깔아놓은 것을 잘 수거해 준 하석진에게 그저 감사하다.
Q. 만약에 하석진이 승리하지 않고 패배했다면 그대로 탈락이었다.
A. 암울했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게 서바이벌이니까.
A. 근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한 머리는 하석진이 좋다. 그의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잘 드러난 게 나인 멘스 모리스 게임을 할 때였다. 숙소 공간에 게임을 미리 깔아놓았기 때문에 다들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할 정도가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출연자들이 관심을 안 두고 내팽개쳤더라. 그래도 궤도가 한 번이라도 해봤고 하석진에게 룰을 알려줄 정도였으니 ‘궤도가 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하석진의 플레이에서 내가 기대했던 수준 높은 플레이로 단계가 팍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자기가 하면서 깨달아서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해낸 것이다. 3라운드에서는 그 수준에 한 번도 실수 없이 라운드를 해냈다.
승부욕과 창의성은 장동민과 홍진호가 좋다. 두 사람은 게임을 처음 뜯었을 때 룰을 정말 빨리 이해하고 허점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창의적으로 이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곽튜브가 이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석진은 정석적이다. 멋있게 이기고 싶어 하는데 이상민도 그런 게 있다. 지더라도 주인공으로 지는, 주도적인 패배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랄까.
Q. 제작진이 깔아놓은 피스와 감옥의 ‘떡밥’ 수거는 잘 이뤄진 것 같나.
A. 예상한 시점보다는 좀 늦었다. 생각보다 다들 피스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 피스 조각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힘들고 딱 3개로 한정해서 상상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동재가 피스 모양이 다르다고 했을 때 이시원이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원답다’고 생각했다.
Q. ‘기억의 조각’ 게임에서 서동주가 혼자 10개 문제를 모두 기억해 맞히는 장면도 짜릿했다.
A.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기억의 조각’은 기억력 게임 같지만 협동 추리게임에 가깝다. 예상 문제를 추리는 게 중요한데 ‘오늘의 날짜’가 게임의 정수였다. 플레이어들이 하나씩 기억해서 ‘3월 1일’이라는 답을 내고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싹 쓸어 담은 게 보기 좋았다. 서동주 본인은 포토그래픽 메모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림으로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Q. 궤도는 ‘수식 하이로우’에서 칩이 하나 남은 상황까지 갔다가 역전해 마지막까지 생존했다. 집중력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A. 포커 플레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데 궤도는 전략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억지로 다른 플레이어를 따라가지 않고 죽을 때 잘 죽더라. 운 좋게도 마지막에 하나 남았을 때 살아났다. 원하는 패를 기다렸는데 하나가 남을 때까지 기다린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되게 성실하게 해서 오래 기다린 끝에 기회를 잡았다.
Q. 명승부를 남긴 ‘데블스 플랜’,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
A. 게임은 이미 많이 생각해 놨다. 시즌1에 일회용 룰이 많아서 다시 쓸 수 없는 룰이 많다. 다음에 또 하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 만들어 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시즌2 제안은 하지 않을까 싶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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