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 “AI, 인류 발전에 큰 촉진제 될 것…생성 AI 아직 시작 단계 불과”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으로 2002년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을 공동 창업, 2016년 270억달러(약 36조원)를 받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자로도 활동하면서 에어비앤비, 오로라, 조비에비에이션 같은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 바 있다. 호프먼은 특히 ‘챗GPT’로 전 세계에 생성 AI(Generative AI) 바람을 일으킨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는 올 3월 등장한 대화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 ‘GPT-4’와 대화를 나누면서 인간이 AI를 통해 ‘호모 테크네(Homo Techne)’의 미래를 살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호모 테크네는 도구나 기계,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진정으로 차별화한다고 설명한다.
호프먼은 GPT-4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인간을 진화시키는 AI’라는 저서를 지난 8월 국내에서도 출간했다. AI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인간의 위기감과 함께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그는 ‘AI 낙관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호프먼 공동 창업자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AI는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큰 촉진제가 될 것”이라면서 “생성 AI는 인간의 능력을 증가시킬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강력한 신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AI의 가능성과 채택 사례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음은 리드 호프먼 공동 창업자와 일문일답.
당신이 바라보는 ‘호모 테크네’의 미래는 무엇인가. AI가 사람을 위협하기보다는 국가와 사회, 개인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나는 우리를 ‘호모 테크네’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인간은 단순히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구를 만들며 사용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도구가 우리를 인간 이하로 만들거나 초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AI는 증기기관이나 백신 등 우리가 발명한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목적과 결과를 결정할 수 있는 우리 공동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이나 헬스케어같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AI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AI는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큰 촉진제가 될 것이다.”
생성 AI가 올해 초만 해도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지만, 최근 챗GPT 방문자·다운로드가 감소하면서 다소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기술에 대해 생각할 때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솔루션이 요구 사항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면 궁극적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믿는다. 약 20년 전, 닷컴 버블이 붕괴되었을 때 거의 모든 기사 헤드라인은 인터넷의 죽음을 선언했다. 챗GPT, 더 넓게는 생성 AI는 인간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강력한 신기술이다. 그 가능성과 사용 채택 사례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애플, 삼성, MS 등이 음성인식 AI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가상 비서 시대가 열렸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 있는 성과를 볼 수 없다. 생성 AI는 음성인식 AI와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보나.
“나는 1997년에 ‘소셜넷(SocialNet)’을 시작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2012년에 10억 명의 사용자를 연결하는 데 성공한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 경로는 직선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으며, 기술의 놀라운 점은 항상 진화하고 있고 매우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공동 창업한 인플렉션의) Pi에는 대화할 수 있는 음성 챗봇이 있는데, 이는 이전의 어시스턴트보다 크게 발전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확산될수록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비관론과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 더 가치 있는 작업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공존한다. 정부나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AI가 인간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는다. 전환기는 항상 격동적인 시기이며, 정부는 우리 사회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도적이고 책임감 있게 설계된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교육, 의료, 경제적 기회 측면에서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재정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각국 정부가 과거의 경제적 대전환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새로운 세대의 기회에 포용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앞에는 많은 일이 남아 있지만, 함께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한다면 AI는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인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AI가 학교, 직장, 사회 곳곳에 적용되면 세상이 더 공정·평등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학생에게 개인 AI 튜터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학생들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학습 스타일에 맞게 맞춤화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와 자원이 부족한 학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부유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개인 과외를 이제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AI를 통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민주화가 가능하다. 나는 이러한 기술을 최대한 견고하게 개발하고 가능한 한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AI가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수정하지만, 투자 결정에 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대하고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AI라는 부조종사를 통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도 역사적 정보나 현재 시장 트렌드 분석을 통해 리서치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늘날의 벤처 투자는 여전히 과학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AI는 이미 내 생각과 의사 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는 AI가 인간이 가장 잘하는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더 잘, 더 빨리,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이제 막 생성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AI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아직은 이러한 기술의 개발 초기 단계다. 놀랍고 예상치 못한 혁신과 돌파구가 나올 여지가 많으며, 이러한 혁신이 단지 실리콘밸리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막 (생성 AI 개발을)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상호작용 인터페이스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데이터를 연구하고,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당신은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실적이나 성과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제품을 혁신하는 AI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승자와 패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스타트업인 Tome(나는 투자자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AI를 도입하여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 최초의 회사 중 하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사 제품은 출시 134일 만에 가장 빠르게 100만 명의 사용자에게 도달한 생산성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지금과는 다른 산업 지형이 만들어지고 기업에 영향이 있을까.
“AI가 인간이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킴에 따라 일부 제품이 새로운 형태로 결합되거나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지배적인 기업의 명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배적인 기업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과정이 있지만, 그 시점에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토대를 서서히 마련하는 파괴적인 기업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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