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QT파트너스 AI 투자 플랫폼 마더브레인 알렉산드라 러츠 대표 | “AI가 기업 평가하는 시대…더 빠르고 똑똑한 투자 가능하다”

김우영 기자 2023. 10. 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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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러츠 EQT파트너스 마더브레인 대표미국 컬럼비아대 MBA, 현 팝하우스 엔터테인먼트 이사, 전 휴즈 CSO, 전 아이지노믹스 이사 사진 EQT파트너스

“기업의 재무 데이터가 많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웹 트래픽(접속자 수)부터 과거 투자자, 임직원 정보 등을 종합해 기업을 평가해 줍니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이하 EQT)에서 AI 투자 플랫폼 ‘마더브레인(Motherbrain)’을 총괄하는 알렉산드라 러츠(Alexandra Lutz) 대표는 최근 서울 중구 EQT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6년에 구축된 마더브레인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EQT 내 투자역들이 더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AI 플랫폼이다. 매일 수천 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이 쏟아지는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기업을 발굴하는 데 특화됐다. 실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한 무인 결제 기술 스타트업 ‘스탠더드 코그니션(Standard Cognition)’을 발굴한 것도 마더브레인이었다. 외부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최고의 투자 전문가를 찾거나 EQT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마더브레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러츠 대표는 “(바둑 AI 모델) 알파고가 인간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를 둔 것처럼 투자 전문가도 놓치는 영역을 AI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연계 행사에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 행사는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 노벨프라이즈 아웃리치의 국제 파트너인 EQT가 노벨상의 지식과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개최했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더브레인이 탄생한 계기는.
“EQT가 전통적인 PE에 더해 벤처 투자 사업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당시 벤처 업계 사람들이 EQT에 입사한 뒤 보인 첫 반응은 ‘완전 올드스쿨(구식)인데?’였다. 벤처 업계는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고 현대적인 소프트웨어 도구를 활용해 투자 업무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반면 당시 EQT는 주로 콘퍼런스나 업계에서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래서 EQT도 혁신적인 투자 기업이 되기로 결심했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을 분석한다면 투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이 AI 투자 플랫폼 마더브레인을 구축한 계기였다.”

마더브레인을 어떻게 학습시켰나.
“우선 흩어져 있는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다양한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가령 벤처기업의 경우 재무 데이터가 많지 않아도 웹 트래픽이나 과거 투자자, 팀의 자질 같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다음 각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해 기업들을 분석했다. 이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발하면 EQT 내 실무 투자팀이 실제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추리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런 수년간의 훈련 과정을 통해 지금의 마더브레인이 탄생했다. 현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나 생성 AI(Generative AI)를 통해 추가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I가 개인 투자를 돕는 로보어드바이저와는 다른가.
“다르다. 국가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정의가 제각각이지만, 우선 마더브레인은 시장을 예측해 ‘특정 주식을 사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투자역이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업종과 기업별로 투자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와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가령 과거엔 특정 투자 분야의 업황을 이해하려면 업계 전문가와 일주일 동안 대화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 데이터를 마더브레인이 제공한다. 즉 우리는 투자역을 더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어준다.”

경험 많은 전문 투자역도 AI의 도움이 필요한가.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보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알파고를 봐라. 처음에는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하던 알파고가 나중에는 인간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를 두지 않았는가. 투자 영역에서도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AI가 확인해 줄 수 있다.”

마더브레인은 기업을 평가할 때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나.
“업종이나 기업마다 다르지만, 가령 비상장 기업의 경우 재무 정보뿐 아니라 이 기업이 과거에 어떤 기술에 투자했는지, 경영진과 관련된 인적 정보, 주변 상권을 알 수 있는 지리 정보 등을 수집한다. EQT가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모든 기업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일일이 직접 조사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지금은 마더브레인이 각 제품의 장단점부터 고객의 구매 이유와 후기 데이터를 한 번에 확보한다. 즉 관련 산업의 주요 정보를 모두 손에 쥐고 기업과 대화를 시작하는 셈이다.”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의 데이터도 일부 활용한다고.
“실제로 기업 임직원의 전문성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어떤 기업이 기술을 잘 활용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기술직군 직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이들이 어느 기업에서 이직해 왔는지, 이후 이들이 어디로 이직하는지 등을 마더브레인이 분석한다. 만약 큰 기업에서 직원들이 이직해 왔다면, 이 기업만의 매력과 비전이 있다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 분석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 사명을 밝힐 순 없지만, 지점이 매우 많은 기업이었는데 기업이 제공한 지점별 매출과 우리가 확보한 지점 인근 인구밀도를 종합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한 사례가 있다. 또 바이오 기업의 경우 임상시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신약 개발을 지원했다. 인재 채용에도 도움을 줬다. 최근 미국에선 인력난이 심각한데, 마더브레인이 지리 정보를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연령대와 학력, 특정 기술을 보유한 인재가 많은 지역을 알려줌으로써 채용 성공률을 높여줬다.”

마더브레인이 언젠가 전문 투자역을 대체할 가능성은.
“마더브레인은 투자역을 대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역의 업무가 바뀔 수 있지만, 마더브레인은 인간보다 데이터를 더 잘 취합하고 요약할 뿐이다. 엑셀 프로그램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이들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방법을 배울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는 투자역이 그렇지 못한 투자역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점이다.”

미래에도 투자 영역에서 인간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인간의 판단(judgement)과 직관(intuition)이 필요해서다. LLM은 기억력이 없다. 맥락 이해도 못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없다. 사람의 표정을 읽거나 감정을 읽지도 못한다. 결국 투자에는 인간의 판단과 직관이 필요하다. 마더브레인, 즉 AI 역할은 인간을 보조하는 것이다.”

마더브레인의 발전으로 ‘성공률 100%’ 투자가 가능한 시대가 올까.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어렵지 않을까(웃음). AI가 여전히 예측을 못 하는 부분이 있다. 마더브레인 역시 코로나19를 예측하진 못했다. 마더브레인의 역할은 투자와 관련해 확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인간에게 제공해 줄 뿐이다. 이것들을 비교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Plus Point
운용 자산 규모만 161兆 세계 3대 사모펀드

EQT는 아스트라제네카, ABB, 에릭슨 등을 거느린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의 PEF 운용사다. 1994년 설립된 EQT는 총 49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며 전체 운용 자산은 1130억유로(약 161조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자금 모집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PEF 운용사다. 특히 EQT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25년간 240억유로(약 34조원)를 15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올해 2월 서울사무소를 개소해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본격화한 EQT는 SK쉴더스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지분 68%를 확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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