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판결] 대법 무죄 판단에도 사라진 ‘타다’ | “기득권, 혁신 주저앉혔다”…‘표퓰리즘 규제’에 일침 날린 판결
2018년 10월 8일, 11명이 한꺼번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 쏘카 자회사 VCNC에서 선보인 ‘타다(TADA) 베이직’ 서비스다. 승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이상 승합차가 빠르게 배차됐다. 택시 요금보다 20%가량 비쌌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차량이 넓고 쾌적한 데다가 승차 거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타다 서비스 이용자는 9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운영사는 승합차 대수를 1만 대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덕이다. 타다의 성장 덕에 모회사 쏘카의 기업 가치는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출범 초기 승승장구했던 실적과는 달리 현재 타다 승합차는 종적을 감췄다.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탓이다. 택시 업계는 타다 베이직이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며 타다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택시 기사 1명은 서울 시청 광장 근처에서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2019년 5월 15일 오전 3시쯤 기사는 서울 시청 광장 인근에서 분신해 사망했다. 당시 그의 택시에는 ‘불법 타다 아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센 반발 끝에 국회는 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1인승 승합차를 임차해 운행하는 ‘타다식 영업’을 금지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는 이 법안이 ‘타다 금지법’이라고 칭했다. 개정안은 발의된 지 5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불법 택시” vs “합법 렌터카” 법정 공방…결과는 ‘합법’
타다 운영진은 이듬해 결국 법정에 섰다. 검찰은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2019년 10월 29일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를 택시라고 판단해서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한 혐의를 받았다. 여객운수법 4조에 따르면 여객자동차 운송 사업(택시 영업)을 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는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타다가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었다.
타다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타다 측은 자사 서비스가 ‘불법 택시’가 아닌 운전기사가 있는 ‘합법적 렌터카’라고 주장했다. 여객운수법에는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운전기사 소개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타다 측은 법을 우회하려는 고의나 위법성 인식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타다 측은 서비스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국토부 등과 40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이어왔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타다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타다는 타다 베이직 모델이 성공할 경우 기존 이해관계자들과 분쟁이 예상됐기 때문에 위법성 여부가 없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었다. 1, 2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타다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로 보고 택시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서라도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건 시장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는 기존에 허용되고 있던 렌터카 서비스에 IT와 발전된 통신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합법적인 렌터카 서비스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대법원도 올해 6월 1일 타다의 무죄를 확정했다. 약 4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타다의 억울함이 풀린 순간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 직후 법정을 나선 이재웅 대표는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4년간의 싸움 끝에 혁신이 무죄라는 게 밝혀졌지만, 그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앉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며 “그것이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 아닐까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무죄 판단에도 멈춰선 타다…“입법권 남용”
사법부의 판단과 시민의 지지에도 타다 베이직은 결과적으로 종료됐다. 2020년 3월 6일,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타다가 사실상 빈사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시 1심 재판부가 ‘타다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이미 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입법을 밀어붙였다.
일각에서는 국회를 향해 입법권을 남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표심’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 판단은 무시한 채,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된 법을 속전속결로 바꾼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타다 금지법을 만류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앞서 공정위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타다 금지법에 대한 검토 의견을 냈다. 공정위는 대여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사람에게 운전자 소개를 금지하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특정한 형태의 운수 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라며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국토부 장관이 플랫폼 운송 사업을 허가하는 경우 업무 기간을 한정해 허가해야 한다는 개정안 내용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 대해 업무 기간을 한정 허가하는 것은 대상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영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여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타다 금지법은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다음 날 국토위 전체 회의도 쉽게 넘겼다.
“신산업 제동 거는 기득권에 경고 날린 판결”
법조계에선 타다 운영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이 ‘기득권을 향한 일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는 기득권과 정치권의 무리한 반발로 신산업의 성장 동력이 꺾인 사태”라고 타다 사태를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의 지역구는 법인 택시와 개인택시들이 밀집한 지역(서울 중랑구)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 등 당시 많은 여야 의원이 표심을 지키려 무리한 입법을 했고, 그 결과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많이 위축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법의 판단은 이런 상황에 경종을 울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