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제곱미터(㎡)보다 세제곱미터(㎥)… 부동산 투자 시 ‘높이’의 공간 가치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2023. 10. 17. 10: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셔터스톡

이면부(이면도로와 접한 대지) 전용·일반주거지역 내 소재한 부동산 검토 시, 항상 눈여겨봐야 할 건축 규제는 ‘일조권 사선제한’이다.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인해 건축물의 각 부분을 정북(正北) 방향으로의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여 주변 건물의 일조 시간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종전 건축법에서는 대상 부동산의 높이가 9m를 넘으면 대지 경계선의 반 이상의 거리를 제공해야 했는데, 올해 9월 12일을 기준으로 법령이 개정되어 높이 기준이 9m에서 10m로 변경되었다.

혹자는 1m 차이가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보겠지만, 상품 공급자로서는 엄청난 차이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3층까지 각 층의 천장 높이를 기존 2.2m에서 2.5m로 높여 상품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높이가 바닥으로부터 대략 1.6m임을 고려하면 상부 공간의 개방감이 0.6m에서 0.9m로 50%포인트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제곱미터(㎡)에 익숙한 부동산 투자 환경

부동산 가격을 얘기할 때, 제곱미터(㎡) 또는 평(3.3㎡)당 얼마 식으로 이차원적 표기를 한다. 평면 성격의 토지는 그리해야겠지만, 공간감을 느끼는 입체적 성격의 건물도 면적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아파트의 천장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저 다 똑같이 평당 얼마다. 실제 건물의 효용은 공간의 크기인 부피(체적)에서 오는데 우리는 그 효용의 값을 평면적으로 매기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부동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넘쳐 획일적인 부동산 상품을 공급해도 경쟁 없이 시장에서 소화가 되니, 상품 공급자로서는 원가절감을 위해 설계·시공상 편리한 규격 상품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저성장 시대에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가듯 공간의 높이도 올려야지만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고, 수요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건물 신축 시 수평적 공간은 가변 벽체 등의 활용으로 수요자 니즈 및 시장 트렌드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지만, 층고는 한 번 지어지면 바꿀 수 없다. 공사비가 아까워 층고를 낮춰 짓는 것은 장래 부동산 잠재 가치 측면에서 근시안적 결정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유형별로 공간의 높이가 부동산 효용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지구. 사진 뉴스1

‘더 높게’…공간 극대화의 힘

최근 아파트 분양 홍보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특화 설계’다. 주택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평면 특화, 조경 특화, 수납공간 특화, 홈 IoT(사물인터넷) 특화 등 갖가지 특화를 선보인다. 그중 빠지지 않는 설계 특화는 ‘높은 천장고’다. 기존 아파트 천장고는 2.2m 또는 우물형 천장을 적용하여 거실은 2.3m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요즘 분양 아파트는 2.5m도 심심찮게 보인다. 호황기에는 표준화된 높이에 맞는 규격화된 부자재로 비용 절감 및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겠지만, 불황기에는 셈 빠른 건설사에서 분양 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이 나은 선택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쾌적한 공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집은 이제 본연의 주거 공간에 더해 업무, 운동, 취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공간으로 변화 중이다. 높은 천장은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필수재인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온라인 시장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서의 공간의 높이는 더더욱 중요하다. 최근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의 공통점은 몰입감 있는 공간감이다. 온라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은 공간 체험일 수밖에 없고, 그러한 공간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천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집에서 느끼는 공간감과 별 차이가 없으면 굳이 힘들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매장을 찾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 디지털에 익숙한 주 소비층인 MZ 세대, 알파 세대(2011년 이후 출생)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공간 특화의 핵심 요소인 높은 천장고는 건물주나 임차인에게 모두 중요할 것이다.

산업용 부동산인 물류센터는 태생적으로 높이가 중요했다. 더 많은 물건을 적치·적재하기 위해서는 높은 층고가 필요하다. 물건을 쌓아두는 ‘팔레트 랙’ 높이가 1개당 2m쯤 되니, 랙을 최소 4단으로 쌓으면 천장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등의 공간을 고려 시 층당 최소 10m 높이로 짓게 된다.

최근에는 자동화 설비의 발달로 하이랙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더 높은 층고로 짓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관련 특수 물류의 경우에는 보관량 증대뿐만 아니라 안전 목적상 화주의 높은 공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 시 높이도 눈여겨봐야

부동산은 공간 상품이다. 이차원의 평면이 아닌 높이까지 고려한 삼차원의 빈 공간을 수요자의 필요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 용도는 세대와 시대, 산업의 거시적 변화와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과 상권, 인프라의 미시적 변화로 계속 바뀔 것이다. 용도변경 시 여유 높이를 확보한 건물은 투자 메리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희동 전용주거지역의 층고 높은 2층 단독주택과 성수동의 층고 높은 오래된 창고는 공간감 있는 카페로 용도변경하기 수월하다. 용도변경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현재 지어진 건물의 높이도 확인해야겠지만, 향후 신축을 위해서 공법상 높이 제한도 살펴봐야 한다. 고도지구,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 제한 지역, 지구단위계획상 높이 제한 등의 공법상 제한을 꼼꼼히 봐야 한다.

올해 6월 서울시에서는 신(新)고도지구 구상을 발표하면서 고도지구 재정비를 추진하여 남산, 경복궁, 국회의사당 등의 주변 지역 고도 제한을 완화했다.

이러한 지역들의 고도 제한이 완화된다면 용적률 증가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용적률의 변화가 없더라도 층고를 높여 복층형 오피스텔 등으로 상품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매입 또는 임차를 하기 전에, 임장을 통해 부동산 서류에서 잘 확인되지 않는 높이에 따른 공간감을 체험해 보자. 공부상 수평적 분할의 합산 면적인 건물 연면적만 보고 가격을 확정하지 말고, 수직적 높이에 따른 공간의 부피감을 느껴보고 유연한 가격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때, 제곱미터에 높이를 곱해 세제곱미터(㎥)로 공간의 가치를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