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컴퓨터·AI부터 게임이론까지…현대 과학 기반 다진 ‘20세기 천재’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아난요 바타차리야│박병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9000원│576쪽│9월 15일 발행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이론 등 21세기 현대사회의 토대가 된 굵직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기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세기 과학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존 폰 노이만이다.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지, 노이만은 ‘정의하기 힘든 인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인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20세기 후반 사상사에서 이뤄진 중요한 진보 중 폰 노이만을 ‘~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는 분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190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노이만은 어려서부터 수학에 천재성을 보인 ‘인간 계산기’였다. 6세 때부터 여덟 자릿수 단위의 곱셈을 암산으로 할 줄 알았고, 8세 때는 미적분을 마스터했다. 그의 천재성은 수학에 그치지 않고 음악,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나타났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노이만은 컴퓨터과학과 신경과학을 통합시키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 연구는 분자생물학의 이론적 기반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이 주도했던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컴퓨터의 탄생에 기여했다. 노이만은 AI 개념을 만들어 낸 선구자로도 꼽힌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점을 뜻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그는 단순한 계산 기계를 현대적 개념의 컴퓨터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AI 개념을 제시했다.
노이만이 오토마타(Automata) 이론을 개발하며 제시한 스스로 자신을 복제하는 ‘자기 복제 기계’의 아이디어는 AI와 기계학습, 나아가 인공 합성 생명의 탄생으로도 이어졌다.
20세기 초 경제학이 탄생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 나오기 시작했을 당시에 노이만은 ‘게임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인간의 막연한 욕망과 편애적 성향에 숫자를 할당하는 엄밀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책 ‘게임이론’이 출간되고 60여 년이 지난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 책은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이 담긴 책”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이론의 핵심인 ‘효용이론’과 ‘합리적 계산’의 개념은 상아탑을 넘어 모든 분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책은 15년간 학술지 ‘네이처’ 등에서 선임 편집자를 지낸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노이만의 삶과 업적을 다룬 책이다. 노이만이라는 한 과학자의 일대기를 추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20세기 문명사 전반을 탐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수많은 연구와 업적을 제외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도 담았다. 노이만은 공부 외 신체 활동에는 관심도 재능도 없었다. 악기 연주 실력이 형편없었고, 운동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체스 게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법을 개발했으면서도 정작 체스 실력은 중급 이상을 넘지 못했으며, 운전을 못 해서 1년마다 차를 바꿔야 했다.
‘중증의 사고 중독자’ ‘오직 생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인 사람’ ‘레고 블록이 있었다면 레고로 컴퓨터를 만들었을 사람’ 등 노이만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에는 ‘그가 생각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쿠르트 괴델, 에르빈 슈뢰딩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에드워드 텔러, 오스카 모르겐슈테른, 베른하르트 리만,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각 분야의 유명인들과 얽힌 사연도 흥미진진하게 소개된다. 그간 아인슈타인이나 오펜하이머에 비해 덜 조명된 그의 삶의 궤적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잘 모르는 현대 일본의 속살을 보다
레이와 시대 일본 탐험
이하원│박영사│1만9000원│358쪽│9월 5일 발행
한일 관계 대전환기인 2018년부터 3년간,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이었던 저자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책을 냈다. 이 책은 나루히토 시대를 전후로 일본에서 일어나는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이슈를 기자의 시각에서 담았다. 저자의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나 도쿄의 일상 등도 포함했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한다.
주식 차트나 기업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경제 흐름 읽는 법
세계 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지표
에민 율마즈│신희원 옮김│시크릿하우스│1만7000원│220쪽│10월 4일 발행
금리 상승, 물가 급등,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혼란 등 글로벌 경제와 사회는 큰 변화에 휩싸였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형태로 우리의 투자,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인 저자가 투자자들을 위해 경제지표를 읽는 법, 활용하는 법을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 반도체 로드맵
반도체 열전
유웅환│비즈니스맵│1만9800원│348쪽│10월 2일 발행
인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을 거쳐 현재 정책금융인 한국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 벤처 투자의 대표가 된 저자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열전’은 디지털 대전환 및 4차 산업혁명의 향배와도 맥이 닿아 있다. 이 책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세상의 모든 각자가 맞이할 미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교보문고│2만1000원│340쪽│9월 25일 발행
학벌 인플레이션, 돌봄 과도기, 투명 사회, 과잠 계급, 효도의 종말, 이연된 보상 등은 지금의 시대를 나타내는 말이다. 지금껏 사회를 유지해 온 시스템이 바뀌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존재 ‘핵개인’이 탄생했다. 엄청난 속도로 새 규칙을 만드는 핵개인은 누구고, 이들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핵개인 시대를 예보한다.
도시와 주거의 새로운 길을 상상하기
반란의 도시, 베를린
이계수│스리체어스│1만2000원│208쪽│8월 21일 발행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은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다. 나무로 지어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클럽에서는 테크노 음악이 들린다. 저자는 베를린의 ‘반란의 에너지’에 주목한다. 베를린에는 4년마다 짐을 싸 이동하는 ‘전세 난민’이 없다. 사람들은 법과 정치, 대화를 통해 도시를 지켜냈다. 이 책은 서울이 베를린의 사례를 통해 도시의 매력을 지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낡은 정치에 대한 개혁 의지
소수자의 폭정
(Tyranny of the Minority:
Why American Democracy Reached the Breaking Point)
스티븐 레비츠키·다니엘 지블랏│크라운│28.99달러│384쪽│9월 12일 발행
미국 사회는 다인종 민주주의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미국 정치 체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권위주의적 반발을 촉발했다. 왜 민주주의가 다른 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공격받고 있을까. 우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1930년대의 프랑스, 현재의 태국 등 사례를 통해 민주주의가 위협받았던 원인을 설명하고, 정치 개혁을 강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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