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윤석열 신당’ 급부상 가능성… 與, ‘총선 승리 모델’ 연구 착수[허민의 정치카페]
尹 “차분한 변화” 주문으로 ‘김기현 체제’ 한시적 유지… 중도 이탈 계속 땐 신당론 급부상
여권, 과거 YS式 ‘신설 합당’ 창당 모델 검토 중… 尹, 독선적 스타일 바꾸고 통합·혁신해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집권여당은 일단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차분한 변화”를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김기현 2기 체제’ 출범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차분한 변화’는 언제든 ‘혁명적 변화’로 옮아갈 수 있다. 김기현 2기 체제가 국민에 감동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경우다. 이때 ‘혁명적 변화’는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기는 연말쯤으로 관측된다. 여권 내 일부 전략가들이 이미 총선 승리 모델 연구에 돌입했다.
◇‘정치인 尹’의 첫 패배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로 여권은 몇 가지의 실체적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권이 중도·지지층 이탈에 따른 총선 위기론, 특히 수도권 위기론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보선 패배의 절반은 오만·독선 논란을 낳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나머지 절반은 무능력 평가를 받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당 운영에 그 책임이 있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윤 대통령에게 이번 보선 결과는 선거 첫 패배로 기록된 사건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승리(2021년 11월)-대통령 당선(2022년 3월)-제8회 지방선거 승리(2022년 6월)-친윤계 여당 대표 선출(2023년 3월) 등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했다. 그것도 17%포인트라는 압도적인 차의 참패다.
윤 대통령이 선거 패배 사흘 만인 13일 “차분한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한 것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첫째 보선 패배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 둘째 적어도 이 시점엔 친윤 당 대표를 몰아세우는 식의 자기부정은 하지 않겠다는 점, 여권이 ‘이준석 사태’ 때처럼 분란에 휩싸이는 걸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 등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다음 날 국민의힘 임명직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선출직 지도부는 살아남았다. 15일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일단 김기현 체제 유지로 결론이 났다. 소속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를 ‘김 대표에게 한 번은 더 기회를 주자’는 주문으로 읽은 결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내년 총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기현의 시간’ 언제까지
하지만 ‘김기현의 시간’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잣대는 김기현 2기 체제가 총선 승리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가인데, 이미 싹이 노랗다.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후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임 당 사무총장에 대구·경북 출신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이 임명되면서 거센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그리고 이 신임 사무총장까지 집권당 3 요직이 몽땅 영남 일색으로 채워졌다.
당의 최대 과제는 중도 이반을 막는 것이고, 이를 위한 최고의 방책은 혁신 인사다. 그러나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감동이 없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한 건 중도의 대거 이탈 때문이었다. 비록 강서지역이 보수정당에는 험지이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엔 국민의힘이 2.6%포인트 이긴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17%포인트 차의 패배는 18%포인트 차로 패했던 21대 총선(2020년) 때로 민심이 회귀했음을 뜻한다.
집권당의 수도권 출신 A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반년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 대입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21개 선거구에서 30석 건지기도 어려워진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B 의원은 “당 지도부가 여전히 ‘영남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분명한 건 지금 체제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중도층은 물론,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우 구청장을 만들었던 지지층조차 등을 돌렸다는 걸 말한다”고 짚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 심판론’이 ‘정부 지원론’보다 높고, 중도 유권자에서는 ‘정부 심판론’ 응답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는 걸 보여준다.
◇움트는 신당론
김기현 2기 체제에서도 혁신과 통합, 승리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 기조는 ‘혁명적 변화’로 바뀔 것이 확실하다. 여권 선거 전략가 C 씨는 “한 번 더 기회를 부여받은 김기현 체제가 중도층 이반을 막지 못하고 내년 총선이 집권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연말쯤엔 여권 전체가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카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카드는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대한민국 정치사를 살펴보면 여든 야든 고비의 순간에는 늘 비대위가 있었다. 비대위는 당이 혁신의 길을 가겠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로 보인다는 점에서 유혹적 선택이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다. 최근 10여 년간 명멸한 비대위 가운데 자타 공인의 성공 사례는 두 번, 2012년 1월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1월 김종인 비대위다. 둘 다 총선을 석 달 앞둔 시점에 구성됐다.
여권의 두 번째 카드는 신당 창당이다. C 씨는 “김대중·김영삼·노무현은 모두 신당 카드로 난국을 돌파해 주요 선거에서 승리했다. 여권에서 이들 사례를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신당’ 창당은 세 번 있었다. ①15대 총선 4개월 전 김영삼의 신한국당 창당(1995년 12월), ②16대 총선 3개월 전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 창당(2000년 1월), ③17대 총선 5개월 전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1월).
①과 ②는 사실상 ‘신설 합당’ 모델에 가깝고 ③은 ‘헤쳐 모여’ 모델이다. 모두 총선 3∼5개월 전에 만들어졌다. ‘김영삼 신당’은 과반 획득엔 실패했지만, 원내 제1당을 이뤘다. ‘김대중 신당’은 과반 의석도 원내 1당도 해내지 못했다. ‘노무현 신당’은 ‘반(反)탄핵’ 바람 덕분에 과반과 원내 1당 모두 일궜다. 혹 비대위 카드가 살아 있다 해도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디딤돌 비대위’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신당’ 모델
노무현의 헤쳐 모여 신당은 당을 깨는 분열적 인상이 강했지만, 김대중·김영삼의 신설 합당 모델은 혁신 통합하는 이미지를 보였다. 여권 전략가들은 김영삼 모델을 검토 중이다.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얼마나 통합과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신설 합당’은 기존 정당 중심으로 합당해 새 당명으로 창당하는 것.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이 민자당 당명을 버리고 신한국당을 창당해 민중당 출신과 이회창 등을 영입해 새 출발한 사례.
‘헤쳐 모여’는 기존 정당 주도의 신설 합당이나 재창당이 어려울 경우 소속 의원 일부가 탈당해 당 바깥에서 교섭단체를 만들어 신당으로 나아가는 것. 17대 총선을 앞둔 열린우리당 창당 사례.
■ 세줄 요약
‘정치인 尹’의 첫 패배 :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는 2021년 6월 정치 입문 후 첫 패배로 기록된 사건. 윤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는 ‘김기현 대표 체제에 한 번은 더 기회를 주자’는 주문으로 해석됨.
‘김기현의 시간’ 언제까지 : 하지만 김기현 2기 체제가 국민에 감동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중도 이탈을 막지 못하면 그 체제는 연말로 끝날 수도. 이때 ‘차분한 변화’는 ‘혁명적 변화’로 바뀌고 신당론이 급부상할 것.
‘윤석열 신당’ 모델 : 여권 전략가들은 이미 총선 승리 모델 연구에 착수. 이와 관련, 신설 합당式 김영삼 모델이 집중 검토됨.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얼마나 독선적 스타일을 바꾸고 통합과 혁신을 받아들일 것인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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