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김동률 콘서트, 목소리·손으로 빚은 '생음악'의 힘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10. 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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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19년 '오래된 노래' 이후 4년 만에 관객 곁으로 돌아와
'올림픽 가수' '월드컵 가수'라는 별명도 있다고 너스레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등 대중성 초점 맞춰 선곡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는 연주 일품…인터미션엔 고상지 밴드 공연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티케팅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김동률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13일부터 15일까지 단독 콘서트 '멜로디'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6회 열었다. 뮤직팜 제공
"오늘 이 순간을 기다리며/수없이 많은 날들을 꿈꿔왔네/결코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바로 그곳에 서 있네/캄캄한 무대에 올라서서/떨리는 두 손 꼭 잡고 눈을 감네/오랜 세월을 묵묵히 기다려 준/널 만나러 갈 시간/마음에 떠도는 음을 모아/한 소절씩 엮어간 멜로디에/가슴에 묻었던 생각들을/이제 너에게 보여줄 시간"

15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는 '모놀로그'(Monologue, 2008) 앨범에 실린 '더 콘서트'(The Concert)가 울렸다. 다음 가사인 "불이 꺼지고"에 맞춰 어둑어둑했던 장내가 완전히 깜깜해졌다. "내 등 뒤로 밀려오는 음악 소리에 천천히 검은 막이 걷혀질 때"라는 가사처럼 막이 올랐다. "눈부신 조명과 환호 속에 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수많은 마음이 하나 되어 우리들의 여행을 떠나네." 4년 만에 관객 품으로 돌아온 김동률의 새 콘서트 '멜로디'(melody)의 시작이었다.

감정의 고조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하고 웅장한 현악기 연주가 절정에 달했을 때, 김동률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 곡은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다음 곡은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였다. "아마도 역대급으로 대중적인 셋리스트(세트 리스트)가 되지 않을까"라고 예고한 것처럼, 김동률의 대표곡이 연달아 나왔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부르던 도중, 김동률이 관객석에 귀를 대는 동작을 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화답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김동률의 콘서트는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평을 듣는다. 뮤직팜 제공

단독 공연은 '오래된 노래'(2019) 이후 4년만, 체조경기장 공연은 '답장'(2018) 이후 5년 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라는 첫 인사가 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동률은 4~5년에 한 번 공연하는 것은 본인에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며 '월드컵 가수' '올림픽 가수'라는 별명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최근 4년의 공백기는 김동률의 '자의'만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길고 힘들었던 시기를 견뎌낸 모두를 위해 "고생 많았다"라며, 그렇기에 이번 공연이 더 "애틋하다"라고 말했다.

평소 본인 노래를 잘 듣지 않고, 나온다고 해도 "제가 많이 불러서 지겨운 노래"는 넘기곤 했다는 김동률은 어느 날 산책 중에 듣게 된 본인의 히트곡이 굉장히 반갑게 들렸다고 전했다. 수없이 많이 듣고 불렀던 가수가 이렇게 느낀다면, 그동안 자신을 기다린 관객은 얼마나 반가울까.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중심으로 공연 목록을 짠 이유다.

이번 '멜로디' 콘서트는 '오래된 노래' '아이처럼' '그게 나야' '그땐 그랬지' '사랑한다 말해도' '취중진담' '기억의 습작' 등 그야말로 명곡의 향연이었다. 조금은 낯설지만 '김동률의 선택'을 받은 곡도 포함됐다. 정해진 분량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뺐던, 그래서 자칫하면 "영원히 빛을 못 볼 수도 있는" 곡이 안타까워서 "얘네 예뻐요" 하고 관객에게 내보이기 위해서라고. 반도네온 연주가인 고상지가 탱고 풍으로 선곡한 '망각'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 23인, 브라스 6인, 코러스 8인, 밴드 7인, 안무팀 18인이 참여했다. 뮤직팜 제공

장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망각'은 노래가 품은 정열을 시각화한 듯한 무대 위 붉은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각종 현악기와 반도네온의 하모니에 푹 빠져 있다가, 흔치 않은 위태로운 분위기의 곡마저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김동률의 목소리에 감탄하기를 반복했다. '망각'은 특히 폭발하는 듯한 김동률의 고음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곧 부를 노래가 앨범의 타이틀곡이었지만 타이틀곡인지 모르는 "비운의 곡"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낸 김동률은 '이제서야'와 '다시 시작해보자'를 불렀다. 김동률은 "발라드 가수 공연에서 (이런 노래는) 2부 엔딩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곡인데 (여기선) 명함도 못 내민다. (이 구간에 넣고) 부르는 내내 후회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듣기에는 편하지 않나? 노래방 가서 세트 리스트 순서대로 불러 보길"이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올해 5월 나온 "BPM 150"의 신곡 '황금가면'은 로킹 댄서들도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웠다. 관객 일부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겼다. "정말 숙제인 곡"이었다고 털어놓은 김동률은 춤을 추지 않은 이유에 관해 "일부러 안 춘 거다. 노래하기도 너무 벅차기도 하고, 1년 동안 준비한 공연이 '김동률 춤췄어, 대박'으로 정리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해 다시금 웃음을 유발했다.

신곡 '황금가면' 무대 모습. 이 곡은 BPM 150으로 김동률 곡 중 가장 빠르다. 안무팀이 로킹 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뮤직팜 제공

'황금가면'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초반의 남성들이 감명 깊게 들었다고 감상을 보내왔다며 "이렇게 빠른 곡을 듣고도 울 수 있구나. 나는 뭔가?"라고 자책하듯 말해 폭소가 터졌다. 또한 '황금가면'은 김동률의 가장 빠른 곡이자, 가장 많이 울었다고 전해 들었으며,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곡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라이브 연주'였다. 곡이 가지는 힘에 더해, 여전히 흔들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발성과 가창을 더욱더 빛낸 일등 공신이었다. 곡에 따라 적재적소에 들어간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브라스, 밴드 연주는 '생(生) 음악'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줬다.

지휘자 이지원이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현악, 금관, 목관, 하프, 팀파니 연주자 23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브라스 6인, 코러스(김동률 공연의 코러스는 '율러스'라 불린다) 8인, 밴드 7인에 안무팀 18인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을 보탰다.

김동률은 일부 곡에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뮤직팜 제공

1부가 끝나고 진행한 인터미션(중간 휴식)은 아예 '연주'만으로 꾸며졌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중심이 되어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연주자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와 김동률이 만든 김원준 곡 '쇼'(Show)를 들려줬다.

빅밴드, 오케스트라 등 '연주'를 콘서트의 중요한 요소로 선보인 김동률은 "생 브라스에 대한, 리얼 오케스트라에 대한 집착이 있다"라며 "저는 손으로 빚어진 음악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전자기기의 발달로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음악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 김동률은 '어쿠스틱 음악가'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부탁했다.

'사랑한다 말해도'와 '이방인' 무대에서는 김동률이 직접 피아노를 쳤다. "제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여러분이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라고 운을 뗀 그는 "밴드 일원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저희 밴드들 너무 잘하지 않나. 원래 실력도 출중하지만 인성도 착하고 99.9999%에서 1을 올리기 위해 늘 애써서 감동한다"라며 "내가 괜스레 모두 망치게 될까 봐 잠 못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콘서트는 김동률이 예고한 대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곡들로 채워져 있었다. 뮤직팜 제공

노래방에서 실력 발휘용 곡으로 자주 거론될 만큼, 김동률의 노래는 부르기 쉽지 않다. 중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구성, 한 편의 이야기처럼 펼쳐지는 노래의 특성을 모두 살려내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번 세트 리스트를 "무리하게 금메달 따고 싶어서 트리플 악셀 7개 넣은 쇼트 프로그램"으로 비유했다. "듣기에는 편하시죠?"라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취중진담'의 '어덜트'(adult, 성인) 버전을 부르고 나서 김동률은 "(원곡처럼) 짱짱하게 부르는 게 그렇다. 이 나이에… 술 먹고 전화하면 안 돼,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직접 쓰고 부른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김동률은 "그 시절(과거)에 들었던 노래는 더 반갑고 좋을 때가 있다"라면서도 "어릴 때 만들어서 히트시킨 노래를 넘어서는 게 큰 숙제"라고 밝혔다.

"당장 뜨거운 반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으면 한다"라며 신곡 발매를 예고한 김동률은 "어떤 평이라도 좋으니까 들었다고 남겨주시면 좋겠다. 듣고 있다는 게 힘이 된다"라고 전했다.

김동률은 다음 달 신곡을 발표한다고 15일 공연에서 깜짝 공개했다. 뮤직팜 제공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찬사를 받는 김동률의 공연은, 당연하게도 김동률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본 공연 마지막 한 곡을 앞두고 김동률은 "미스코리아처럼" 감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최선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체조경기장 6회 공연은 첫 도전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치열한 예매 경쟁이 벌어질 줄 몰랐다는 김동률은 전석 매진에도 마음이 무거웠다면서도 "저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항상 불안을 원동력 삼는다는 김동률은 "이렇게 큰 극장을 다 채우지 못하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그런 날을 조금씩 뒤로 미루고 싶다.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늙어서 만나겠다"라고 인사했다.

"옆자리에 계신 분들에게 방해"되고 "제가 너무 불편하다"라며 첫 멘트에서 당부한 '사진 촬영 금지'는 본 공연 내내 지켜졌다. 휴대전화를 높게 드는 익숙한 풍경이 사라지자, 한층 더 깊이 공연을 음미할 수 있었다. 앙코르곡 재편곡된 버전의 '내 마음은'과 2008년 버전의 '멜로디'(Melody)까지 마친 김동률은 8시 30분쯤 무대에서 퇴장했다. 꽉 찬 15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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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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