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檢에 판정승·非明에 완승… 중도 표심은?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2023. 10.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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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回生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이 남긴 것

● 수세 국면에서 경합 국면으로
● 보수가 실책할 때만 진보 승리
● 중도층은 실체 있는 유권자
● 與, 유승민·이준석 공천 안 주면…
● 野, 非明 무리한 제거 여부 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웃고 있다. [뉴스1]
9월 28일,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날짜는 8월 31일, 체포동의안 회부는 9월 21일이다. 9월 한 달은 그야말로 '체포동의안 정국(政局)'이었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상정과 구속 시도는 초유의 일이다. 정치적 관심의 에너지가 급상승할 수밖에 없던 사건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민주당의 후보였다. 현재는 당대표다.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은 9월 8일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명 19%, 한동훈 12%였다. 이어 홍준표 3%, 이낙연 3%, 오세훈 2%, 원희룡 2%, 김동연 2% 순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순위는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 1위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45%다. 이낙연은 4%, 김동연은 2%에 불과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차기 대선후보 구도는 압도적 비중으로 '이재명 1극 체제'다.

체포동의안 정국은 무엇을 남겼나.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현재 정치 지형과의 관계다. 그리고 내년 총선과의 관계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현재 정치 지형과의 관계. 정치는 원래 절반은 외부 권력과의 투쟁이고, 절반은 내부 권력과의 투쟁이다. 외부 투쟁의 경우, 윤석열 정부 및 검찰과의 관계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세적 국면을 경합 국면으로 바꿨다.

우리나라 국민은 검찰을 더 신뢰하고, 정치인을 더 불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갤럽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여론조사 결과를 9월 22일 발표했다. 전체 여론은 '정당한 수사 절차' 46%, '부당한 정치 탄압' 37%였다. 9%포인트 격차로 정당한 수사 여론이 많았다. 중도층의 경우 '정당한 수사 절차' 45%, '부당한 정치 탄압' 40%였다. 정당한 수사 절차 여론이 5%포인트 더 많았다. 부당한 정치 탄압이 전체 여론에 비해 조금 더 높긴 했지만, 검찰을 더 신뢰하는 한국적 풍토를 고려하면 상당히 근접한 수치다.

한국 정치는 '보수 우위' 구도

내부 투쟁의 경우, 비명(非明·非이재명 계열)과의 권력투쟁에서 완승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정당한 수사 절차' 17%, '부당한 정치 탄압' 72%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부당한 정치 탄압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내에서 가결파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내년 총선과의 관계다. 체포동의안의 중간 결산이 총선의 유·불리를 바꾼 것은 없다. 내년 총선을 전망하려면, 크게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을 필요가 있다. 첫째, 정치 지형에 관한 문제다. 둘째, 총선 승패의 요인이다. 셋째, 플레이어들의 전략-전술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정치 지형이다. 한국 정치는 다시 '보수 우위' 구도가 됐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부터 2021년 4·7 재보선이 있기 직전까지 '진보 우위' 구도가 작동했다. 넓게 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다. 민주당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일시적인 예외였다고 봐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 구도는 '2016년 4월 총선 이전' 국면으로 돌아갔다.

한국 정치의 기본구도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역대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선거 8회, 국회의원 선거 9회가 있었다. [표-1]은 아홉 번의 총선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민주당 처지에서 보면, 3승 5패를 했다. 원내 1당이 된 경우는 2004년 총선,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이다. 원내 과반은 두 번을 했다. 2004년 총선, 2020년 총선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0년 이후로 좁히면 여섯 번의 총선이 치러졌다. 민주당은 3승 3패를 했다. 2000년 총선,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이런 반문을 던질 수 있다. 2000년 이후 총선 성적만 보면 민주당이 3승 3패를 했는데, 왜 '보수 우위'라고 주장하는가.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하나같이 '강력한 반사이익'이 작동한 경우였다. 국민의힘 계열이 대규모 실책을 하지 않으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기본은 보수 우위인데, 보수의 강력한 실책 때문에 진보가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2004년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도에 대한 국민적 역풍이 있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를 무리하게 찍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보수 내부에서 강한 역풍이 불었다. 2020년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의 연장이었다. 그만큼 보수는 분열돼 있었다.

선거 3대 요인, 분열·반사이익·중도확장

둘째, 총선 승패의 요인이다. 1987년 이후 9번의 총선, 8번의 대선을 관통하는 승패 요인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①분열 ②반사이익 ③중도확장이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내가 못해도 상대방이 더 못하면 승리한다. 내가 잘해도 상대방이 더 잘하면 패배한다. 선거는 51% 게임이다. 중도층은 실체가 있는 유권자다. 진보는 진보+중도연합을 통해, 보수는 보수+중도연합을 통해 51%를 만들어야 한다. ①분열 ②반사이익 ③중도확장의 세 가지는 상대평가와 51% 연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재와 같은 양당제가 본격화한 시점은 2004년 총선부터다. 2004년부터 최근까지 다섯 번의 총선이 있었다. [표-2]는 ①분열 ②반사이익 ③중도확장의 세 가지 요인을 2004년 총선부터 최근 총선까지 적용한 경우다. 2004년 총선,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은 민주당이 승리했다. 2004년은 '반사이익'으로 승리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었다. 2016년은 상대방의 분열과 반사이익, 그리고 김종인 비대위를 통한 중도확장이 결합된 경우였다. 2020년은 보수의 분열과 반사이익이 결합된 경우였다.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은 국민의힘 계열이 승리했다. 2008년 총선은 노무현 정부 심판론에 대한 반사이익과 이명박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효과가 있었다. 이명박의 중도실용주의에 대해서는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명박은 2002~2006년 서울시장을 지냈다. 청계천 복원, 버스 준공영제 도입, 뉴타운 등을 했다. 청계천 복원은 환경적 가치와 문화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버스 준공영제의 경우 환승과 마을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할인되는 혜택이 있었다. 실제로 서민층에 유리한 정책이었다. 뉴타운은 주거환경 개선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맞물려 있었다. 즉 서울시장 이명박은 진보, 중도, 보수를 넘나드는 정책을 추진했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으로 평가받았던 이유다.

2012년 총선은 박근혜의 비대위를 통해 중도확장에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가 정치적 실수를 많이 했다. 민주당은 김용민 막말 파문,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추진 등을 통해 박근혜 비대위에 '반사이익'을 제공해 줬다.

내년 총선도 결국 분열, 반사이익, 중도확장의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다만, 양쪽이 비슷한 수준으로 분열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중도확장을 한다면 보수가 승리할 것이다. 왜? 기본 지형이 '보수 우위' 구도이기 때문이다. 진보가 승리하는 경우는 보수의 분열과 실책이 더 극심하고, 진보의 중도확장이 훨씬 더 과감한 경우다.

관전 포인트는 공천 갈등, 수도권 혁신 공천

셋째, 플레이어들의 전략-전술이다. 각 당의 전략-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공천 갈등과 중도확장 프로그램이다.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도확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의 경우, 유승민과 이준석에게 공천을 줄 것인지, 안 준다면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2016년 총선에서 '진박 감별'로 인해 참패한 전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4년차였고, 당시 유승민-김무성은 원내대표와 당대표였다. 유승민-김무성 연합군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다수파'였다.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다수파를 제압하려 했기에 그만큼 출혈도 컸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기 초반이다. 2024년 4월 총선은 임기 약 40% 시점에 치러진다. 유승민과 이준석에게 공천을 안 줄 경우, 어느 정도의 타격은 있겠지만, 2016년에 비하면 작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에 참석한 모습.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수도권 공천이다. 수도권은 121석이다. 2020년 총선 기준, 민주당이 103석(85%) 의석을 가져갔다. 어마어마한 점유율이다. 국민의힘 처지에서 볼 때, 내부 저항 없이 수도권에서 혁신 공천할 수 있는 의석이 103개나 된다.

민주당도 공천 갈등을 둘러싼 내분이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30~40명이 반란 표를 행사했다. 비명 계열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가결파 색출 및 징계 주장이 있다. 당내 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것은 무관한 일이다. 그러나 무리한 방법으로 비명 계열을 제거하려 할 경우 중도층이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121석 중에 2020년 총선 기준으로 민주당이 103석(85%)을 점유하고 있기에, 수도권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매우 심할 것이다.

정리해 보면, 체포동의안 논란과 구속영장 기각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위기를 모면했다.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검찰과의 싸움에서 판정승했다. 당내 권력투쟁에서는 완승했다. 그렇다고 중도층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아니다. 일방적 수세에서 경합이 된 정도다. 여전히 정치 지형은 보수 우위 구도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상수에 가깝다. 변수는 민주당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감한 혁신과 중도확장을 하는지에 따라 총선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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